'아빠 외투' 입었을 뿐인데…'잠복기 무려 30년' 악성 폐암 걸렸다

건설 현장의 석면 가루 묻어있었던 듯
석면 쌓여 발생하는 '악성 중피종' 발병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작업복을 즐겨 입었던 한 여성이 수십 년 뒤 악성 폐암에 걸린 사연이 전해졌다.


옷 이미지.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옷 이미지.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최근 영국 매체 더 미러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헤더 본 세인트 제임스(57)는 어린 시절 추운 저녁이면 문 옆에 걸려 있던 아버지의 파란색 재킷을 입고 밖으로 나가 토끼들에게 먹이를 주곤 했다고 회상했다. 헤더는 "그저 아버지 체취가 묻은 그 외투를 입는 게 좋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헤더의 아버지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36세가 된 헤더는 몸에서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첫째 아이를 낳고부터 시작된 것이라 처음엔 출산의 여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항상 피로감을 느꼈고, 트럭이 가슴 위를 짓누르는 듯한 심한 압박감과 고열 등이 심해졌다고 전했다.


결국 헤더는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헤더의 폐 근처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됐다. '악성 중피종'이라는 종양이었다. 이 종양은 흉부 외벽에 붙어있는 흉막이나 복부를 둘러싼 복막, 심장을 싸고 있는 심막 표면을 덮는 중피에 발생한다. 대부분 석면 가루가 흉박에 쌓여 발생하는 폐암이다. 잠복기가 무려 30년에 이르며, 수술받지 않을 경우 남은 수명은 15개월에 불과했다.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 곤란이다. 병이 진행되면서 숨찬 증세가 점점 심해지고, 가슴에 통증이 나타나거나, ▲윗배 ▲어깨 ▲팔 등으로 통증이 퍼진다.


의료진은 "혹시 가족 중에 석면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헤더는 당시 미용사로 일하고 있었기에 석면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한 가지 추정할 수 있었던 것은 헤더가 어린 시절 입었던 아버지의 외투에 묻은 회백색 먼지들이 발암물질인 석면으로 추정된다는 점이었다. 헤더의 아버지도 2014년 신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의료진은 아버지에게도 역시 석면 노출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헤더는 ▲왼쪽 폐 ▲갈비뼈 1개 ▲흉막 ▲심장 내막 ▲횡격막 일부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뒤에도 4차례 항암 치료와 30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헤더는 이 수술 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비록 한쪽 폐로만 숨 쉴 수 있어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석면 관련 질환의 위험성을 알리는 인권 활동가로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헤더는 "악성 중피종 진단을 받고 20년간 생존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며 "내 사례가 절망에 빠진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이야기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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