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청담동 초등학교 코앞에 '사이버 룸살롱'…제재 못 해 학부모들 '분통'

제재할 수 있는 관련 법령 없어
흡연 자제·복장 주의 요청에 그쳐

서울 강남 한 초등학교에 이른바 '사이버 룸살롱'으로 규정된 성인 방송 스튜디오가 입주해 논란이 되고 있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한 초등학교에서 약 100m 떨어진 건물 지하에 이른바 '엑셀 방송' 전문 스튜디오가 입주했다. 엑셀 방송이란 BJ들이 선정적인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받은 후원금에 순위를 매겨 엑셀 문서처럼 공개해 후원자들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고, 더 많은 후원금을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의 방송을 뜻한다. 국세청은 선정성이 높은 엑셀 방송을 두고 "사회규범을 어지럽히고 건전한 법질서를 위배하는 유해 콘텐츠"라며 '사이버 룸살롱'이라고 규정했다.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엑셀방송 BJ들. 독자 제공. 연합뉴스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엑셀방송 BJ들. 독자 제공. 연합뉴스

현장에는 짧은 치마와 몸이 드러나는 상의를 입은 BJ들이 집단으로 출입하고 건물 주변에서 흡연하거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 BJ 옆으로는 책가방을 멘 아이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등하교하는 학생들과 동선이 겹친다는 의미다. 학생들에게도 이미 이 스튜디오에 관한 소문이 파다했다.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학생들의 증언도 있었다.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지난 23일 강남구는 교육청의 협조 요청을 받고 경찰·학교 관계자 등과 해당 스튜디오를 찾아 교육환경법·청소년보호법 위반 여부를 살피는 합동점검을 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교육환경 보호구역' 제한 업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돼 실질적인 조처를 하지는 못했다. 건물 밖에서 흡연을 자제하고 BJ들의 외출 복장에 주의해달라고 요청하는 데 그쳤다.


교육환경법은 학교 경계에서 직선으로 200m 이내 지역을 교육환경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학생들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 보호를 침해하는 영업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한 법령이다. 이 스튜디오는 교육환경 보호구역에 위치했지만, '스튜디오 대여업'으로 등록돼있어 교육환경법이 정하는 제한 업종에 속하지는 않았다. 스튜디오 내 밀폐된 공간도 확인되지 않아 경찰과 구청은 여성가족부 고시에 따른 '청소년 유해업소'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규정이 애매모호해 확실한 조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A 스튜디오의 인스타그램. 연합뉴스

A 스튜디오의 인스타그램. 연합뉴스


학교는 유관기관과 협력해 지속해서 모니터링한 것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성인 콘텐츠 산업 확산 ▲물리적 공간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유해환경 등장 ▲기존 법체계의 적용 한계 등을 지적하며 기술 변화의 속도에 맞춰 아이들로부터 유해환경 노출을 막을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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