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삼성 노조 파업, 금전 손실 넘어 시장 지위 상실까지"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 분석
"금전 손실보다 공급망 재편 위험 커"
주요 고객사 공급 안정성 엄격 평가
신뢰 자산 소멸, 핵심 인재 이탈 등 심화

삼성전자 노조가 다음 달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파업으로 인한 영향이 단순한 수십조원 규모의 금전적 손실을 넘어 회복이 어려운 신뢰 훼손과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학계의 경고가 제기됐다. 반도체 초호황 국면에서의 파업이 전례 없는 규모의 피해를 초래할 뿐 아니라 고객 이탈과 공급망 재편, 시장 선도 지위 상실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열린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 파업의 파급 효과'를 주제로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안민정책포럼은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민간 정책 연구 포럼이다.

송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공장 가동 차질에 따른 손실이 분당 수십억원, 하루 기준 약 1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만 영업이익이 최대 10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발표 중인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안민정책포럼.

발표 중인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안민정책포럼.


특히 직접적인 생산 차질에 따른 손실보다 고객 불안 심리 확산과 거래선 이탈, 이에 따른 공급망 재편 압력이 더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TSMC 등 대체 공급선 검토에 나설 수 있다"며 "공정 검증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MD는 공급망 회복 탄력성을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평가 항목으로 반영하고 있고, 엔비디아는 분기·반기 단위 공급업체 평가 결과를 물량 배분에 직접 반영한다.

이처럼 주요 고객사들이 공급 안정성을 엄격히 평가하고 있는 만큼,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곧바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도 지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송 교수는 파업 비용을 생산 중단과 매출 감소 등 '보이는 비용'과 신뢰 약화, 투자 지연, 산업 생태계 충격 등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구분하며, 후자가 보다 장기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뢰 자산의 소멸 ▲전환비용에 따른 영구적 시장 상실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경쟁기의 기회비용 상실 ▲핵심 인재 이탈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등을 '보이지 않는 비용'의 핵심 요인으로 제시했다.


송 교수는 "반도체 기술은 1~2년만 뒤처져도 경쟁력을 잃는다"면서 "엔비디아, TSMC, 인텔이 사활을 건 AI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에 내부 갈등 수습에 역량을 소모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기회비용"이라고 짚었다.


최근 대만 언론에서는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어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삼성전자 파업이 1764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로 구성된 산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평택캠퍼스의 경우 생산라인 1개당 협력사를 포함해 약 3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동 중단 시 지역 고용과 상권에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송 교수는 이번 갈등의 배경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과 정보 비대칭을 지목했다. 노사가 파업이 모두에게 손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서로 정보를 숨기거나 과장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적 균형에 도달한다는 '힉스 패러독스'로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성과보상 기준의 공개 ▲ROIC(투하자본이익률), TSR(총주주수익률), EVA(경제적 부가가치) 등 객관적 경영지표에 기반한 보상체계 정비 ▲이익 구간별 차등배분 ▲캡(상한), 플로어(하한), 클로백(환수) 메커니즘 도입 ▲외부 검증 및 중재 장치 도입 ▲파업 이전 조정 절차(쿨링오프) 제도화 등 6대 과제를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