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탁사가 분양 계약 시 자신의 책임을 신탁재산 범위로만 제한하는 '책임한정 특약'을 넣었더라도, 이를 수분양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A씨가 코리아신탁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반환 및 위약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B씨는 2020년 코리아신탁이 수탁자로 참여한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신축 건물의 점포 한 곳을 분양받았으며, 이후 A씨가 2022년 B씨로부터 이 분양권을 양수했다. 해당 분양 계약에는 '입주 예정일로부터 3개월 내 입주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이때 분양대금의 10%를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 수탁자인 신탁사의 책임을 신탁재산 범위로 제한하고 분양 계약상 책임을 실질적 사업 주체인 위탁자에게 부담시키는 '책임한정 특약'도 함께 명시됐다.
이후 입주가 지연되자 A씨는 계약 해제와 함께 위약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신탁사 측은 해당 특약을 근거로 자신들의 책임은 신탁재산 범위로 한정되며, 고유재산으로는 배상할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의 쟁점은 이 같은 책임 제한 조항이 약관법상 사업자의 '설명의무' 대상인 중요한 내용인지 여부였다. 1심과 2심은 해당 특약이 수분양자의 계약 체결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내용임에도 신탁사가 충분한 설명을 다 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관리형 토지신탁에서 수탁자가 분양 계약의 당사자가 될 때, 책임을 신탁재산 범위로 제한하거나 면제하는 특약은 수분양자의 계약 체결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약관 내용"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사업자는 이러한 특약에 대해 약관법상 구체적 설명의무를 부담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해당 약관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단순히 분양계약서 말미의 서명이나 상담확인서 기재만으로는 설명의무 이행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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