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석탄화력을 안보전원으로 지정"…특별법에 담는다[디깅에너지]

"필요시 석탄화력을 안보전원발전기로 지정"
기후부.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수정 대안 제시
기준·절차·보상·지원 등은 하위법령에
미국-이란 전쟁 이후 석탄발전 중요성↑
전문가 "석탄은 지정학적 리스크 거의 없어…유지 필요"
정부 "2040 석탄 폐지 원칙은 변함없어"

보령화력 1~8호기 전경(왼쪽에서 세 번째 건물이 보령화력 3호기)

보령화력 1~8호기 전경(왼쪽에서 세 번째 건물이 보령화력 3호기)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폭등하면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석탄발전이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을 줄이던 각국은 위기 발생 시 석탄발전의 중요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쇄하기로 했던 우리나라 역시 석탄발전을 안보전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26일 국회 및 정부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석탄화력틀별법)'을 논의하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기후부 장관은 전력 계통 영향 분석 결과 전력 수급 및 계통의 신뢰도와 안정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폐지 계획을 승인하는 대신 석탄화력발전기를 안보전원발전기로 지정하거나 신뢰도 연장 운전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는 수정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소위는 검토 의견으로 "안보전원발전기 지정(휴지보존) 근거를 담은 정부 수정 대안은 입법 정책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법안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단계적으로 폐쇄됨에 따라 해당 지역의 경제적 피해와 고용감소를 최소화하고 대체 산업을 육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국회 들어 무려 17개 제정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들은 정부 수정 대안과 함께 소위에서 병합 논의되고 있다.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28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될 예정이다. 기후부는 여기에 더해 204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말 미국-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고 수급난이 발생하면서 기류가 점차 변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계획'을 보고하면서 "2040년 이후에도 수명이 남아 있는 21기의 석탄발전은 안보 전원으로의 활용 등 전환 비용을 최소화하는 폐지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석탄화력특별법 제정이라는 형태로 구체화한 것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6.4.6 조용준 기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6.4.6 조용준 기자


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에너지원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국가 현실을 고려할 때 해외 사례와 같이 폐지 이후에도 전력 수급 비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휴지보존 제도는 노동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만큼 법안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기후부는 "전력 수급 비상 상황이나 천재지변 등에 대비해 기존 인프라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휴지보존 제도 등은 비용 최소화 원칙하에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안보전원발전기나 신뢰도 연장 운전 등의 개념이 포함된 수정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밝힌 안보전원발전기는 휴지보존보다 광범위한 개념이다.


발전 업계에서 통상 '콜드 리저브(Cold Reserve)'라고 부르는 휴지보존은 발전기를 전력계통에 연결하지 않고 운전을 멈춘 상태서 비상사태에 대비해 언제든지 재가동할 수 있도록 대기중인 설비를 말한다. 안보전원발전기는 휴지보존뿐 아니라 실제 발전기 운전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온실가스 ·대기오염 배출 감소 조건"

정부가 석탄발전을 단순 휴지보존이 아닌 안보전원발전기까지 염두에 두는 것은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 때문이다. 발전기는 그냥 대기 상태로 두더라도 유지비용이 드는 만큼 차라리 운전을 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운호 민간발전협회 상근부회장은 "콜드 리저브라 하더라도 상시 정비 인력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정상 운영 시의 3분의 1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2040년 이후 수명이 남아있는 21기의 석탄발전기중 몇 기를 안보전원으로 지정할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보상 및 지원 체계는 어떻게 운영할지 등이 의문으로 남는다.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석탄화력특별법의 하위 법령에 담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정 대안에서 "안보전원발전기 및 신뢰도 연장 운전에 대한 지정 기준, 지정 절차, 보상 및 지원, 운영 기준, 유지 의무, 지정기간, 연장 절차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조항을 제시했다.


석탄발전을 안보전원으로 활용할 경우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숙제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11월 탈석탄동맹에 가입하면서 국제사회에 석탄발전 폐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기후부 관계자는 "안보전원으로 지정되는 석탄발전기는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설비를 설치하는 등 온실가스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식 역시 법체계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회에서는 석탄발전을 안보전원으로 활용할 경우 별도의 법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소희 의원은 "지금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석탄화력특별법은 폐지 지역 지원이 핵심이기 때문에 휴지보존 및 안보전원 지정을 위해서는 별도 법 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이란전쟁 이후 각국 석탄발전 가동 확대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의 가동률을 높이기로 한 바 있다.


석탄발전의 존재감이 커진 것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에너지경제원구원 및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전쟁 발발 이후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국가들은 서둘러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늘렸다.


인도 정부는 수입산 석탄을 사용하는 일부 발전소에 최대 가동률을 유지할 것을 지시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27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규제를 1년간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일부 유럽 국가 역시 석탄화력발전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종료 시점을 10년 이상 연장해 2038년으로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에너지 위기가 각국의 석탄발전 폐쇄 정책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용헌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석탄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거의 없다"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라도 석탄발전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40년 석탄 폐지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석탄발전 폐지 원칙은 유지하면서 이번 중동 전쟁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에너지 수급 위기에 대응하고 전환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석탄발전을 탄소배출 저감을 전제로 안보전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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