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 명함 하나 믿었다가…8년 동안 6억 뜯겼다

가짜 명함 만들어 거짓말로 돈 가로채
정·재계,법조계 가짜 친분 과시 사기행각

청와대 행정관을 사칭해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고 지인을 속인 70대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청와대 행정관' 명함 하나 믿었다가…8년 동안 6억 뜯겼다

25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정문경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70)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에 5억 8500만원을 추징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A씨는 사업가 B씨로부터 사건처리 등을 대가로 2015~2023년 128차례에 걸쳐 6억 6500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의 사기 행각은 2015년 10월부터 시작됐다. A씨는 전북 군산시에 있는 B씨의 회사를 찾아와 "내가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인데 당신이 받는 검찰 수사를 해결해주겠다"며 "검찰 인사권이 있는 민정수석에게 인사를 해야 하니 우선 2000만원을 달라"라고 제안했다. A씨는 '청와대 행정관'이 적힌 가짜 명함까지 챙겨 B씨를 찾아왔다. 때마침 송사에 휘말렸던 B씨는 A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당일 송금했다.


A씨는 청와대 행정관도 아니었고 민정수석을 만난 적도 없었다. B씨의 사건은 절차대로 흘러가 법정까지 오게 됐다. 그런데도 A씨는 사기행각을 이어갔다. A씨는 "담당 검사를 만나서 당신에 대한 구형을 낮췄고 집행유예를 받게 될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판사한테도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접대비를 재차 요구했다.

그는 이후로도 경영난에 빠진 B씨를 도와주겠다며 ▲금융감독원 ▲국민연금공단 ▲국세청 등 정부 기관과 대기업 임원 등을 소개해주겠다며 교제비 명목으로 거액을 탈취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군산지역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인 조선소 가동·새만금 재생에너지 등 대형 프로젝트에도 B씨의 업체를 참여시키겠다고 속여왔다. 사업 이권을 따내는 등 뭔가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 기대한 B씨는 계속해서 A씨에게 돈을 보냈다.


8년간 6억원이 넘는 인사·접대비가 오갔다. 그러나 A씨가 말한 일 가운데 성사된 일은 단 한 건도 없었다. A씨는 B씨로부터 가로챈 돈을 가족 또는 지인에게 이체하거나 카드결제 대금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과 기간, 횟수 등에 비춰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어 엄벌이 필요하다"라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사는 양형부당을 사유로 모두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순히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것을 넘어 공직사회 직무수행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하면서까지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했다"며 "피고인의 아내가 피해자에게 1억원을 주겠다고 약정했다고는 하나 현재까지 실질적인 피해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