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강진형 기자
K팝 기업들의 글로벌 생존 전략이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음반 판매와 해외 투어에 의존하던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공연·현지 제작·플랫폼·지식재산권(IP)을 축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흐름이다. 팬을 얼마나 오래 붙잡고, 이를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하느냐가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내는 축은 공연이다. 팬덤이 검증된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월드투어를 확대해 단기간에 현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대표적인 사례다. 2025년 콘서트 매출 1889억원을 기록했고, 북미·유럽 등 해외 매출도 2690억원까지 늘었다. 공연은 티켓 판매에 그치지 않고 MD, 광고, 협업으로 확장되며 수익 회전이 빠르다. 다만 특정 아티스트 의존도가 높아 일정 차질이나 공백기에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하이브는 '현지화'를 통해 리스크 분산에 나섰다. 방탄소년단 이후 단일 아티스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현지에서 통할 팀을 직접 제작하는 전략이다. 단기 수익 창출에는 불리하지만, 성공할 경우 특정 팀 흥행에 좌우되지 않는 공급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연습생 발굴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K팝 시스템을 현지에 이식하며 시장 자체를 넓히고 있다.
플랫폼은 수익 구조를 지탱하는 기반으로 부상했다. 팬을 일회성 소비자가 아닌 '체류형 이용자'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이브의 팬 플랫폼 위버스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이용자를 기반으로 커뮤니티, 커머스, 멤버십을 결합해 팬 이탈을 최소화하고, 아티스트 활동 여부와 무관하게 수익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로 평가된다.
CJ ENM은 한발 더 나아가 '플랫폼 생태계' 자체 확장에 집중한다. 엠넷플러스를 중심으로 서바이벌 오디션, KCON, MAMA 어워즈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글로벌 팬 접점을 넓히는 구조다. 개별 아티스트 성과에 좌우되지 않고 트래픽과 체류 시간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지만, 높은 플랫폼 유지 비용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YG엔터테인먼트는 IP 확장에 무게를 둔다. 음악과 공연을 출발점으로 광고, 브랜드 협업, 영상, 캐릭터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 아티스트 가치를 장기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활동 이후에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지만, 초기 아티스트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확장성은 제한될 수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스토리 IP와 플랫폼을 결합해 또 다른 축을 만들고 있다. 웹툰·웹소설·드라마·음악을 연결해 콘텐츠를 순환시키는 구조로, 특정 가수 중심의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K팝을 독립 장르가 아닌 종합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결국 K팝 산업의 경쟁 구도는 하나의 축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공연, 현지 제작, 플랫폼, IP 전략이 서로 보완적으로 작동하며 기업별로 무게중심만 다르게 형성된다. 핵심은 단기 수익과 장기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하세정 비마이프렌즈 최고사업책임자(CBO)는 "K컬처의 장기 성장은 팬과의 소통과 좋은 콘텐츠라는 본질에서 출발한다"며 "K팝 기업의 생존 전략 역시 팬이 오래 머물고 다시 소비할 이유를 얼마나 꾸준히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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