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에도 틈새 노린다…은행권 '외화채' 확보전

"전쟁 양상 봐가며 전략적 발행" 전략
휴전 틈타 해외로드쇼 다녀온 KB…다음주 발행 추진
신한·하나, 6억 달러·유로화 각각 발행 성공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국내 은행들은 외화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거나,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여파에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경제 상황 우려가 커지고,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했던 상황에서 이례적인 행보다. 국내 은행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높은 신뢰와 틈새 전략으로 위기 속 자금조달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리스크에도 틈새 노린다…은행권 '외화채' 확보전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르면 다음 주 5억~7억달러 규모 선순위 공모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주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거점에서 해외로드쇼(NDR·Non-Deal Roadshow)를 진행하며 시장 동향을 파악했고, 이후 조달 시점을 저울질해왔다.

해외로드쇼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의 높은 국가신용등급에 점수를 줬다. KB국민은행의 국내 리딩뱅크라는 위치 역시 투자자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중동 전쟁 여파에도 KB국민은행의 신규 발행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매년 공모 발행을 통해 크레딧 커브(신용등급별 금리 곡선)를 관리해왔고, 성장성·수익성·건전성 지표들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신용도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이달 성공적으로 외화채 발행을 마친 바 있다. 두 곳 모두 중동 전쟁 양상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틈을 타 속도감 있게 발행을 추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한은행은 중동 전쟁으로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커진 와중에도 투자자 수요 회복 흐름에 주목해 발행 시점을 검토해왔고, 이후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는 시점을 포착해 신속하게 수요예측(북빌딩)에 착수했다. 그 결과 최종 가산금리는 최초 제시금리 대비 0.37%포인트나 낮춰, 6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선순위 외화채권 발행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시장 불안을 뚫고 흥행에 성공해 낮은 금리로 외화조달에 성공한 것이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 8일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하자 곧바로 북빌딩에 착수해 6억유로(1조470억원) 규모의 그린 커버드본드 (이중상환청구권부) 발행을 확정했다. 하나은행은 당초 0.39%포인트로 제시한 가산금리를 북빌딩 흥행에 힘입어 0.35%포인트까지 낮추며 조달 비용을 절감했다. 발행 규모도 당초 5억유로에서 6억유로로 증액했다. 변동성이 심한 달러화 시장 대신 수요가 탄탄한 유럽 유로화 시장으로 눈을 돌린 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시점에 우량자산을 담보로 한 커버드본드 형식을 택한 점이 통한 셈이다. 하나은행의 커버드본드가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등급인 'AAA'를 받은 데다, 그린본드 형태로 발행한 것도 성공 확률을 높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동 전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시장이 안정화되는 타이밍을 포착해 신속히 추진한 전략 덕분에 성공적인 외화채 발행이 이뤄질 수 있었다"며 "한국과 국내 은행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중동 전쟁 이후 지난달 30일 기준 35.85bp(1bp=0.01%포인트)까지 상승했으나, 현재 29bp 수준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의 CDS 프리미엄 역시 지난 17일 기준 33~45bp 수준으로, 중동 악재에도 상승 폭이 10bp 이내의 제한적인 수준을 유지 중이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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