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는 지금] 토종 PEF 수수료 여전히 외국계 절반…'역차별'의 배경은

수수료율과 구조 모두 외국계와 달라
규제·감독은 국내 GP에 집중
"뷰티컨테스트 일변도 방식도 바뀌어야"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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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외국계 운용사와의 '역차별'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운용수수료율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주요 임직원 보수 공개, 각종 공시 의무 확대 등으로 국내 운용사들이 체감하는 규제 부담까지 커지자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출발선부터 다르다"…수수료율 격차 고착

27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운용사들은 외국계와의 경쟁에서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보고 있다. 우선 관리보수율이다. 국내 기관들로부터 출자받은 토종 PEF의 관리보수는 대체로 1%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펀드 결성 이후 국내 운용사(GP)가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관리보수 수준이 펀드 규모의 1% 내외라는 의미다.


반면 외국계 운용사들은 국내 기관으로부터 2%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1.5% 이상 관리보수를 받는 운용사는 드문 편이지만, 외국계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1.5%도 낮은 수준으로 받아들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외국계는 경쟁입찰보다는 수시 출자 방식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사례가 많아 가격 경쟁 압박도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이런 구조가 국내 PEF 시장 초창기부터 굳어져 고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시장 형성 초기 외국계는 글로벌 트랙레코드와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국내 기관 자금을 끌어왔지만, 국내 GP는 이에 맞설 만한 실적이 부족해 높은 보수를 요구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토종 운용사들끼리도 차별화 요소가 부족하다 보니, 낮은 수수료를 경쟁력처럼 내세우는 관행이 굳어졌다는 것이다.


국내 중형 PEF 운용사 대표는 "출자 콘테스트 평가표에서 관리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가이드라인 없이 자체적으로 제안하라는 경우가 많다 보니 운용사들끼리 먼저 치킨게임을 벌이게 되는 측면이 있다"며 "외국계보다 트랙레코드가 부족한 상태에서 낮은 비용을 내세우며 출발했고, 이후 국내 운용사끼리 경쟁도 심해지면서 이를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출자자(LP)인 연기금·공제회를 감독하는 기관의 보수적 감사 기조 역시 수수료 인하 압력의 배경으로 꼽는다. 한 국내 PEF 운용사 대표는 "초기부터 연기금과 공제회를 감독하는 정부기관의 업계 이해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관리보수를 조금만 높게 책정해도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결국 출자 기관들이 스스로 더 보수적으로 판단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 구조에 규제 환경까지 겹치며 불만↑

토종 운용사들의 불만은 단순히 수수료율 숫자에만 있지 않다. 수수료를 받는 방식 자체도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블라인드펀드는 통상 초반에는 약정총액 기준으로 관리보수를 받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액 기준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투자 집행이 늦어지면 관리보수 기반도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외국계 운용사들은 글로벌 본사 차원의 방침 등을 이유로 약정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4~5년에 걸쳐 나눠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국내 GP보다 투자 기한에 쫓겨 조급하게 움직일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규제 환경까지 겹치며 이런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PEF 규제 강화안을 추진하면서 GP 보수 공개, 차입 규제, 보고 의무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기관 전용 PEF 운용사들은 이를 두고 단순히 규제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외국계와의 역차별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법인으로 등록한 토종 GP는 공시·보고·감독 부담을 정면으로 지는 반면, 해외에 GP를 두고 국내에서는 펀드만 조성하는 외국계는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PE는 지금] 토종 PEF 수수료 여전히 외국계 절반…'역차별'의 배경은

'양날의 검' 뷰티 컨테스트…토종 GP 경쟁력 제고 과제도

연기금·공제회가 공개 경쟁 출자 방식인 '뷰티 컨테스트'를 고수하는 시장 구조도 토종 운용사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뷰티 컨테스트는 출자기관이 일정 기준을 제시해 공고를 내면, 운용사들이 이에 맞춰 제안서를 제출하고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해외 주요 출자 기관들이 개별 운용사와 협상을 통해 출자를 결정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 전직 국내 연기금·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해외에는 방위산업처럼 특정 영역에 강점이 뚜렷한 GP들이 많아 관리보수가 다소 높더라도 개별적으로 계약하고 싶은 운용사가 적지 않다"며 "반면 국내는 뷰티 컨테스트 방식이 굳어져 있어 그런 '숨은 진주'를 발굴해 출자하려 해도 사후 감사에서 특혜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있어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안에서도 토종 GP의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같은 문제지만, 결국 토종 GP들이 생존을 위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그와 동시에 같은 시장에서 뛰는 플레이어들 사이에 규제·공시·감독 부담이 보다 균등하게 배분돼야 역차별 논란 없이 공정한 경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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