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담합과 불공정 행위를 적발해 낸 직원들에게 역대급 포상금을 수여하며 '성과 중심' 조직 문화 확산에 나섰다. 20년 동안 은밀하게 이어져 온 제당 3사의 설탕 가격 담합을 끈질긴 추적 끝에 밝혀낸 조사관들이 이번 포상의 주인공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제1차 특별성과 포상금 수여식.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지난 22일, 탁월한 성과를 창출한 직원 14명에게 총 32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1회 특별성과 포상금 수여식'을 개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제도는 탁월한 성과를 낸 공무원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도입됐다.
가장 큰 포상금을 받은 사례는 '3개 설탕 제조·판매사의 담합'을 적발한 건이다. 정문홍 사무관(1000만 원)과 우병훈 서기관(500만 원)은 전국 설탕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르는 현상에 주목했다. 조사는 쉽지 않았다. 업체들은 회의록이나 메신저 등 증거를 전혀 남기지 않고 은밀한 만남과 통화로만 담합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사건이 미궁에 빠질 뻔한 순간, 2007년 설탕 담합을 직접 적발했던 오행록 당시 제조카르텔조사과장(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의 조사 전략 재설계와 1년여에 걸친 끈질긴 압박이 빛을 발했다. 결국 담합의 실체를 자백받아 제당 3사의 자진신고를 끌어냈고, 총 39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설탕 가격 16.5% 인하와 가공식품 가격 하락이라는 민생 안정 효과로 이어졌다.
공정위는 담합 적발 외에도 제재 체계 자체를 재설계하고 대기업 감시를 강화한 팀들을 높이 평가했다. 민지현 사무관, 이선희 서기관, 김장권 사무관, 김민정 사무관은 과징금 상한을 해외 수준으로 대폭 상향하는 대규모 정책 개혁을 이행해 경제적 제재 강화(650만 원) 부문에서 포상을 받았다.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기업들의 인식을 뒤집고 법 집행의 실효성을 높여 불공정 행위의 기대 수익을 원천 차단했다는 평가다.
음잔디 과장과 황정애 서기관, 김한결·김준회 사무관, 오은성 조사관은 DB, 영원, HDC 등 대기업 총수가 20년간 은밀하게 은폐해 온 계열사 누락 행위를 적발(600만 원)해 엄중히 제재하며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현 정부 출범 후 총수 고발 건수를 전 정부 1건에서 4건으로 대폭 늘리는 등 '공정위가 달라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낸 점이 높게 인정받았다.
장주연 과장, 전용주 서기관, 윤지수 사무관은 중동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에 편승해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민생물가 점검(450만 원)에 힘을 쏟았다. 실제 제품 가격 인하를 유도함으로써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설탕 3사 담합 적발건에 대해 "이번 성과는 조사관의 역량과 실체를 파헤치려는 집념이 결합한 결과"라며 "행정조사권만으로 거대 카르텔의 자진신고를 끌어낸 것이 실체를 드러낸 결정적 열쇠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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