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과 교섭을 요구하며 유통업계에서 촉발된 노동 분쟁이 화물 분야를 넘어 확산하고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한 브랜드의 상품 판매를 담당하는 사원들도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해 판매 채널인 유통 대기업 본사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 대형쇼핑몰 등 온·오프라인 유통매장 판매서비스업 노동자로 구성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백면노조)은 최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화점·면세점 원청의 교섭 참여를 촉구했다. 이들은 "백화점·면세점 원청은 입점업체 노동자들에게 실질적 지배력·영향력을 미치는 사용자로서 감정노동자 보호, 시설물 개선, 영업시간 단축을 통한 휴식권 보장 등의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 백화점과 면세점의 교섭 참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제공
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1일 롯데·현대백화점과 신라·신세계면세점 등 4개 사를 대상으로 백면노조가 신청한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도 이들 기업이 해당 내용을 공고조차 하지 않은데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는 지난달 10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 개정 노란봉투법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까지 교섭권을 넓히는 등 전반적인 노동권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백화점·면세점과 백면노조 측은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따지는 이른바 '사용자성'을 두고 입장차를 보인다. 백화점과 면세점 측은 각 매장에 입점한 제조·판매사 브랜드가 이들을 고용하고 업무 시간이 처우 등을 정하기 때문에 교섭 주체는 이들 브랜드라는 입장이다. 반면 백면노조 측은 "수많은 입점업체 노동자들은 여전히 원청이 정한 기준에 따라, 원청이 관리하는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며 "그 기준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모든 백화점·면세점이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지난해 10월 백면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백화점·면세점 등이 입점업체 직원들의 근무일이나 근무시간 등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중노위가 행정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CU 물류 노동자 권리보장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관련 업계는 지노위의 시정 명령이 내려진 만큼, 결과를 정식으로 통보받은 뒤 교섭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노동관계법령을 준수하고 상생의 노사관계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지노위로부터 판정결과와 판정서를 송달받으면, 후속 교섭 절차에 따라 성실히 대화에 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무기한 총파업도 사용자성 여부가 쟁점으로 작용했다. 화물연대 편의점지부 CU지회가 운송료 현실화와 처우 개선 등을 위해 원청인 BGF리테일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BGF리테일 측은 물류 관련 업무는 자회사인 BGF로지스가 담당하기 때문에 교섭 주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BGF로스지가 전국 25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이들 물류센터에서 개인화물 기사를 자체 고용하는데 현재 파업 중인 화물노동자들은 BGF로지스 소속이 아니라 물류센터가 개별 계약한 운송사에 소속된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용자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한 만큼, 현장에서 비슷한 혼선과 갈등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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