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회원 위해" 헬스장 기구에 점자 붙인 트레이너

일부 기구부터 점자 안내 부착 시작
회원 확인 거쳐 시설 전체 확대 계획
영상 하루 만에 '좋아요' 2만5000개
온라인서 누리꾼 공감과 응원 이어져

시각장애 회원의 이용 편의를 위해 헬스장 기구에 직접 점자 안내를 부착한 한 트레이너의 사연이 알려지며 온라인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작은 배려에서 출발한 실천이 점자 인식과 장애인 접근성 문제까지 다시 돌아보게 하고 있다고 누리꾼은 입을 모았다.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자신을 헬스트레이너라고 소개한 한 작성자가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헬스장 기구에 점자를 직접 붙인 트레이너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인스타그램 @sign_movement

헬스장 기구에 점자를 직접 붙인 트레이너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인스타그램 @sign_movement


그는 "일하는 헬스장에 시각장애 회원이 등록했는데, 기구에 점자 안내가 없어 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휴대용 점자 인쇄기를 직접 구매해 운동기구마다 점자 표기를 붙이기 시작했다. 영상 속 그는 설명서를 참고하며 점자를 제작했고, "처음이라 서툴러 '숄더 프레스' 하나를 만드는 데도 5~10분 정도 걸렸다"고 전했다.

현재 점자 안내는 일부 기구에 우선 적용된 상태다. 그는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시설 전체에 다 붙이지는 못했다"며 "회원이 다시 방문했을 때 점자가 제대로 제작됐는지 확인받고 싶다. 확인이 끝나면 남은 기기들도 모두 붙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연이 알려지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응원과 찬사가 이어졌다. 해당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약 2만5000개의 '좋아요'를 기록했고, 누리꾼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배려다", "점자 인쇄기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런 작은 실천이 사회를 바꾼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행동에는 그의 기존 활동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경기도 농아노인복지센터에서 체육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처음 방문했을 때 체육 강사 중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처음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어르신들이 매우 좋아해 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수어는 배우기 쉽지 않고 접근도 쉽지 않지만,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립국어원 조사서도 확인한 낮은 점자 인식

이번 사례는 점자에 대한 사회 전반의 낮은 인식 수준과도 맞물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2025년 국민의 점자 인식 및 점자 사용 환경 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점자법 시행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점자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충분히 확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에 대한 사회 전반의 낮은 인식 수준과도 맞물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2025년 국민의 점자 인식 및 점자 사용 환경 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점자법 시행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점자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충분히 확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에 대한 사회 전반의 낮은 인식 수준과도 맞물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2025년 국민의 점자 인식 및 점자 사용 환경 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점자법 시행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점자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충분히 확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조사 결과 점자가 일반 활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 문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한 비시각장애인은 44.8%, 시각장애인은 60.4%에 그쳤다. 공공기관의 점자 문서 제공 의무 제도에 대한 인식률도 비시각장애인 22.8%, 시각장애인 23.6%로 낮았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사회 전반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비시각장애인 응답자 전원이 점자를 본 적은 있다고 답했지만, 점자가 가로 2점, 세로 3점 등 6개 점으로 구성된 문자라는 기본 구조를 아는 경우는 22.8%에 불과했다. 또 96.6%는 점자를 배운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해 점자에 대한 교육과 관심이 여전히 부족한 현실을 드러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 점자로 인쇄된 업무보고자료를 읽고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 점자로 인쇄된 업무보고자료를 읽고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


점자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역시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시각장애인의 48.2%, 시각장애인의 57.8%는 점자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인식 개선을 위한 과제로는 비시각장애인은 '점자 홍보 및 점자 표기 확대'(37.9%)를, 시각장애인은 '점자 관련 교육 강화'(40.0%)를 가장 시급한 방안으로 꼽았다.

공공시설 점자 사용 환경 만족도도 여전히 미흡

실제 점자 사용 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더 낮았다.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동 편의시설의 점자 표기 중요도는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만족도는 이에 크게 못 미쳤다.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점자'는 중요도 4.40점에 비해 만족도는 3.12점이었고, '화장실 성별 구분 점자'는 중요도 4.40점, 만족도 2.65점으로 집계됐다.

점자 관련 공공시설 접근성이 조사 결과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은 중요도 4.23점에 만족도 2.13점, '학교'는 중요도 4.33점에 만족도 1.49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청사'는 중요도 4.31점에 만족도 2.56점으로 조사됐다. 아시아경제DB

점자 관련 공공시설 접근성이 조사 결과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은 중요도 4.23점에 만족도 2.13점, '학교'는 중요도 4.33점에 만족도 1.49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청사'는 중요도 4.31점에 만족도 2.56점으로 조사됐다. 아시아경제DB


공공시설 접근성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은 중요도 4.23점에 만족도 2.13점, '학교'는 중요도 4.33점에 만족도 1.49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청사'는 중요도 4.31점에 만족도 2.56점으로 조사됐다. 시각장애인의 공공 서비스 접근성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는 '아파트 공동 현관이나 현관문 잠금장치 키패드 점자 부재'가 74.3%로 가장 높게 꼽혔다. 이어 '아파트나 연립주택 호실 번호 점자 부재'(42.7%), '공공건물 계단 및 엘리베이터 근처의 층·위치 안내 정보 부재'(42.0%)가 뒤를 이었다.


헬스장에서 시작된 한 트레이너의 작은 실천은 점자가 특정 소수만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모두가 동등하게 공간과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회적 언어임을 다시 환기하고 있다. 제도 시행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인식과 환경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는, 현장의 자발적 배려와 함께 보다 촘촘한 교육·홍보·시설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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