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 계열사 NS홈쇼핑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의 기업형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후보로 낙점됐다. 닭고기 유통사업으로 출발해 각종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재계 순위 30위로 끌어올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유통 분야에서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진 것인데, 1000억원대 현금 자산을 보유한 NS홈쇼핑이 2배가 넘는 인수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회생 절차의 일환으로 전날 마감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공개입찰 결과 NS홈쇼핑 운영사인 엔에스쇼핑(NS쇼핑)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을 다음 달 4일까지로 2개월 연장한 만큼 매각 주관사와 인수자 측은 조속히 세부 내용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짓고, 본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NS홈쇼핑 로고. NS홈쇼핑 제공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하림그룹의 참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지난달 인수의향서(LOI) 접수 결과로는 메가MGC커피 운영사인 엠지씨(MGC)글로벌과 경남 지역 소재 유통 기업 등 두 곳만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사 진행과 함께 진행한 본입찰에는 이들 업체가 빠지고 하림그룹 계열 NS쇼핑이 뛰어들면서 판이 뒤집혔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예상 인수가는 3000억원 안팎으로 1조원대로 거론되던 기업회생절차 돌입 이전보다 크게 낮아졌다. 촉박한 입찰 과정과 홈플러스의 재무 상황이 악화한 점 등을 고려하면 NS홈쇼핑이 실제로 써낸 입찰가는 3000억원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관심사는 자금 조달 방안이다. NS쇼핑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 6000억원 안팎, 영업이익 400억~500억원대로 꾸준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으나 취득일로부터 만기일이 3개월 이내 투자 가능한 자산으로 분류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 551억에 불과하다. 여기에 정기예금 600억원 등 1년내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상품 820억원을 보유 중인데, 이 중 110억원은 동반성장예탁금 등으로 만기까지 출금이 불가능하다.
NS쇼핑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로서 인수 관련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인수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한 만큼 자금을 마련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그룹사 차원의 지원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 는 지난해 말 기준 1조4593억 원에 달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전을 계기로 김홍국 회장의 M&A 본능이 다시 발동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회장은 11살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판 돈으로 사업 밑천을 마련한 뒤 하림을 국내 육가공업계 1위 그룹으로 일궈낸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이 과정에서 사료와 식품 가공, 해운·물류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M&A를 통해 회사를 키웠다.
2001년에는 제일사료를 품었고 2007년 돈육가공업체 선진, 2008년 대상그룹의 축산물 사육 가공사업 부문인 팜스코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2015년에는 약 1조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을 품에 안았고, 2024년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 선사 HMM(옛 현대상선)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다만 당시 6조원대를 베팅한 하림은 실질적 경영권 보장 문제를 두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하림그룹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품을 경우 2012년 이후 14년 만에 SSM 시장에 다시 진출하는 것이다. 앞서 NS홈쇼핑은 2006년 독일의 초저가형 매장 '알디(Aldi)' 모델을 국내에 적용한 '700마켓'을 출범했다. 마케팅과 인테리어 비용을 줄이고, 매대 대신 박스 상품을 진열하면서 취급하는 상품은 700개로 제한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이 오프라인 판매 채널은 2010년 NS마켓으로 변경했으나 바잉파워를 앞세운 경쟁사에 밀리면서 2012년 이마트에 400여억원에 매각했다.
회사 측은 300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점포를 보유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그룹이 전개하는 식품 관련 사업의 유통망을 확대하고,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협력업체와의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 수는 295개로 이 중 70%가 수도권에 있다.
NS홈쇼핑 측은 "TV홈쇼핑과 T커머스, 온라인·모바일몰 등 기존 사업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해 NS홈쇼핑이 함께해 온 중소 식품 협력사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판로 확대의 기회를 제공하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기존 입점 협력사에도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통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신선식품 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고객 접점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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