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악몽 못 벗어나…'적자' 버티는 테마파크

2년 연속 완전 자본잠식 상태 지속
2022년 개장 이후 줄곧 영업손실
"유형자산 손상차손 반영 영향"
입장권 할인·가족 특화 콘텐츠로 승부
방문객 수·연간권 판매 증가…"흑자전환 목표"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로 입성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레고랜드)가 지난해 영업손실을 일부 줄였으나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신규 어트랙션(놀이기구)을 도입하고 시설 투자를 이어가는 등 반등을 모색했으나 여전히 방문객 수는 개장 초기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이용권 할인 혜택을 강화하며 새 시즌을 맞이한 가운데 실적 개선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레고랜드 제공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레고랜드 제공

21일 레고랜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자본총계는 -1364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났다. 미처리결손금이 2274억원에 달해 자본금 905억원을 넘어섰다. 여기에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359억원에 전년도 미처리결손금 1915억원이 이월 반영됐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도 1392억원으로 유동자산(64억원)보다 1328억원 많아 유동성 리스크도 여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414%로,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리면서 전년(3286%)보다 대폭 줄었다. 부채비율은 기업이 보유한 자기자본 대비 부채를 나타내는 대표 재무 건전성 지표인데, 400% 이상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 도산 위험이 높다고 본다.


이 테마파크는 개장 초기 '레고랜드 사태'로 불린 강원도발(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무불이행 사건이 덮치면서 첫해부터 자본잠식에 빠졌다. 2022년 9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의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계획을 언급하면서 부동산 PF 문제가 촉발되며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집중 조명된 것이다.


이 때문에 개장 첫해 영업손실 60억원, 이듬해 200억원을 비롯해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매출도 첫해 622억원에서 지난해 60% 수준으로 떨어진 39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60억원으로 전년보다 40억원가량 줄였으나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레고랜드 사태 악몽 못 벗어나…'적자' 버티는 테마파크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리적 약점이 거론된다. 춘천 의암호 하중도(중도)에 터를 잡아 서울 중심부에서도 차량으로만 2시간 이상을 가야 한다. 영유아에 치중한 놀이시설과 야외 테마파크의 한계로 연중 운영 일수가 제한적인 것도 방문객 저변을 확대하는 데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실제 윤민섭 춘천시의원(정의당)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레고랜드 입장객 수는 57만3979명으로 개장 당시 레고랜드 측이 내세운 방문객 목표치인 연간 200만명에 한참 못 미친다.


다만 레고랜드 측은 놀이시설 등 자산 가치 하락을 회계상 손실로 반영하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회사 측은 2024년 말 방문객과 매출 감소 등의 상황을 고려해 유형자산에 대한 손상검사를 수행하고 1048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한 바 있다. 레고랜드는 개장 이후 5년 안에 상업적 운영을 중단할 경우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소유한 800억원 규모의 파크 자산을 매입해야 하는 약정에 묶여 있다. 이 때문에 당장 국내 사업을 철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올해 초에는 씨라이프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이끌었던 이성호 대표를 정식 수장으로 선임하고 어린이·가족 특화 콘텐츠를 내세우며 도약을 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첫 시즌 프로그램인 '고 풀 닌자'를 다음 달까지 운영한다. 레고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닌자고 15주년을 기념한 행사다.


방문객 유치를 위해 할인 혜택도 강화했다. 서울 씨라이프 코엑스 아쿠아리움과 씨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 시설과 연계한 복합 연간 회원권을 9만9000원에 내놓았고, 무료 주차 혜택도 더했다. 씨라이프 코엑스와 부산 아쿠아리움 모두 레고랜드 운영사인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쿠아리움이나 레고랜드 모두 1회 입장에만 3만원이 넘는 데 연간 회원권을 이용하면 거의 무료 수준"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24일부터 30일까지는 파크 1일 이용권을 최대 41%, 호텔 패키지를 최대 25% 할인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레고랜드 측은 "하루 최대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연간이용권 판매가 3배 증가했다"면서 "콘텐츠 다양화와 입장권 판매채널 확대 등을 통한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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