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국가 균형발전 명시를 위한 개헌 추진 의사를 명확히 했다. 우 의장은 정치권의 당론 정치를 비판하며 국회의원들의 양심에 따른 자유 투표를 호소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1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39년 만에 추진하는 이번 개헌은 민주주의 역사를 되새기고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는 '문을 여는 개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우 의장은 국립 5·18 민주묘지에 도착해 오월 영령에 헌화하고 분향한 뒤, 윤상원·박기순 열사 묘역을 찾았다. 우 의장은 열사들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무릎을 꿇고 앉아 약 2분간 손으로 묘비를 직접 닦으며 깊은 추모의 뜻을 전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1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한 뒤 발언하고 있다. 민현기 기자
참배를 마친 우 의장은 민주의 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방문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광주 방문은 국회가 39년 만에 개헌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핵심 내용을 광주 시민에게 직접 설명하고 지지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5·18 정신은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위대한 역사적 교훈이다. 이를 헌법 전문에 새겨 다시는 이 땅에서 내란을 꿈도 꾸지 못하게 하는 헌법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이 제안한 이번 개헌은 전면 개정이 아닌 '부분 개헌' 방식이다. 권력 구조 개편이나 기본권 강화 등 여야 견해차가 큰 방대한 과제보다는, 모든 정치 세력이 공감대를 형성했던 5·18 정신 및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그리고 국가 균형발전을 국가의 의무로 명시하는 최소한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 의장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교감도 언급했다. 그는 "여러 차례 개헌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왔으며, 전면 개정보다는 합의 가능한 수준에서 단계적·부분 개헌으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헌법이 AI 시대와 기후 위기, 극심한 지역 불균형 등 변화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개헌의 시급한 이유로 꼽았다.
우 의장은 개헌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는 정치권의 당론 정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국민의힘을 향해 "모든 정치 세력이 이곳 광주에서 약속했던 사안을 이제와서 당론으로 막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며 "이제는 약속의 시간이 아니라 실천의 시간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회의원들이 당론이 아닌 자신의 양심과 자유 의사에 따라 투표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1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며 윤상원 열사의 묘비를닦고 있다. 민현기 기자
이정현 국민의힘 전남·광주 통합 특별시장 예비후보를 향한 공개 질의도 이어졌다. 우 의장은 "광주의 뜻을 얻고자 한다면 그에 맞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개헌 반대 당론이 과연 옳은지, 광주 시민들에게 먼저 설명하는 것이 순리"라고 꼬집었다.
개헌안의 구체적인 처리 일정도 제시됐다. 우 의장은 "오는 5월 4일부터 10일 사이에 국회 의결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모든 국회의원이 자유 투표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일부 국회의원들이 사퇴하면서 의결 정족수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우 의장은 "의원 사퇴로 재적 인원이 줄어들면 그만큼 가결을 위한 3분의 2 기준값도 함께 낮아지는 구조"라며 "의원 개개인의 자유 의사가 보장된다면 충분히 통과 가능한 정족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회에서 가결된 개헌안은 이후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한편 우 의장은 자신의 향후 정치 행보 질문에는 "지금은 오직 헌법 개정 완수에만 온 힘을 쏟고 있어 그 이후의 계획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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