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 가격에 휘발유·경유 가격 안내문이 놓여 있다. 2026.04.03 윤동주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한국의 석유제품 가격이 일본과 미국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는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어선 반면, 일본은 정부 보조금 영향으로 1500원대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정책 차이에 따른 가격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2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03.17원, 경유는 1996.76원을 기록했다. 전쟁 이전인 지난 2월27일 대비 각각 18.4%, 25.0% 상승한 수준이다.
반면 일본은 19일 기준 휘발유 1527원, 경유 1432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 대비 각각 23.8%, 28.3% 낮은 가격이다. 전쟁 이전(2월27일) 대비 상승률도 각각 7.28%, 9.4%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유류세 보조금을 통해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억제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중동전쟁 대응본부 일일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최고가격제를 했지만 일본에 비해서는 우리가 2배 이상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은 상당한 보조금을 계속 투입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양상이 다소 다르다. 휘발유는 20일 기준 ℓ당 1586원으로 한국보다 20.8% 낮지만 경유는 2170원으로 8.7% 오히려 높았다. 미국 내 물류 중심 연료 수요와 정제 마진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비교는 정부가 최근 제기된 '세금 투입을 통한 인위적 가격 억제' 비판에 간접적으로 반박하는 성격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처럼 대규모 보조금을 통해 가격 자체를 낮게 유지하는 사례와 달리 한국은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조정 등으로 상승 속도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양 실장은 "국가별로 가격 수준과 상승률에 상당한 편차가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최고가격제 때문에 가격을 과도하게 억누르고 있는지는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업계 핵심 원료인 에틸렌 가스 수급에 차질 우려가 커지자 HD현대가 자체 생산·공급에 나서며 대응에 나섰다.
선박 건조 초기 공정인 강재 절단에 필수적인 에틸렌 가스는 나프타를 고온 분해해 생산하는데, 최근 중동발 공급망 불안으로 수급 차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조선·화학업계 협력을 통해 공정 유지에 필요한 물량을 공급하도록 조치했으며, 업계 역시 사용 효율화 등 자구 노력을 병행해왔다.
HD현대는 화학 계열사인 HD현대케미칼을 통해 에틸렌 가스를 자체 생산·조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 생산된 에틸렌 2000t을 운반선에 선적해 울산 조선소 인근으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해당 물량은 내달 초 도착 예정으로, 이후 HD현대 계열 조선소와 협력사 건조 현장에 순차 공급될 계획이다. 특히 전체 물량 중 일부인 약 200t은 중소형 조선사에도 공급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단기적인 수급 불안을 완화하는 동시에 업계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한 대응 체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양 실장은 "공급망 불안 상황에서도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민관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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