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올해 지방자치단체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시가 본격적인 선정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인천·경북·전남 등 예산이 적지 않은 알짜 지역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사실상 금리와 출연금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한 은행 간 눈치싸움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은행과의 금고 계약이 끝나는 지자체는 총 79곳에 이른다. 이 중에는 총예산이 51조원을 웃도는 서울시부터 인천(15조3000억원), 경북(14조원), 전남(12조7000억원) 등 대형 지자체들도 포함돼 있어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대 격전지는 서울시다. 일반회계와 기타 특별회계를 합친 서울시의 올해 총예산은 51조4778억원으로 다른 지자체 규모를 압도한다. 금고 운영권을 쥐게 되는 은행은 일반적인 세입·세출부터 기금 등을 관리하게 된다. 부대사업과 공무원 급여관리 등 부수 거래도 적지 않다. 수신 확대를 넘어 서울시의 주거래은행이 된다는 상징성과 공신력도 확보할 수 있다.
서울시금고는 현재 1·2금고를 신한은행이 운영 중인 가운데 탈환을 시도하는 우리은행과의 2파전이 예상된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KB국민은행의 참전 여부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사기준은 금고업무 관리능력(28점), 금융기관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25점)의 배점이 가장 높지만 시중은행 간 변별력에 차이가 없다. 이를 감안하면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것은 금리와 출연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 배점은 기존 6점에서 8점으로 늘었다. 서울시 자금 대부분이 수시입출금식으로 운용되는 만큼 실질적인 수익을 따지겠다는 의미다.
수시입출금식 예금 중 공금예금은 고정금리다. 은행으로서는 고정금리 배점이 확대되면서 금리 결정이 더 까다로워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최근의 금리 환경에서 4년 동안 동결될 금리를 정하는 것은 사실상 점쟁이 영역에 가깝다"며 "이사회 의결도 필요한 부분이라 고민이 많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서울시에 기부하는 협력사업비(출연금)는 배점이 2점에 불과하지만 이 역시 무시하지 못할 변수로 업계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연금이 선정을 좌지우지하진 않지만 은행 간 제안서 차이는 금리보다 출연금이 더 직관적"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예산 15조원 규모의 인천시금고 선정도 예정돼 있다. 인천시금고는 현재 1금고를 신한은행이, 2금고를 NH농협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서울시와 달리 1·2금고를 따로 선정하는 복수금고제를 채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그룹의 본사 이전이 인천시금고 선정의 판도를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올 초 주주총회를 통해 오는 9월 중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로 본사를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지역 기여도를 어필하기에 최적의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2022년 1·2금고에 모두 신청했으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비수도권에서는 경북도에서 입찰이 예정된 가운데 전통적 운영 기관인 농협은행과 시중은행의 도전, iM뱅크의 안방 사수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전남도는 광주시와의 행정 통합이 새로운 변수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올해 7월을 목표로 행정 통합을 추진 중인 가운데, 통합 일반회계를 관리할 1금고 운영 주체를 놓고 눈치싸움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광주시 1금고는 광주은행, 전남도 1금고는 농협은행이 운영 중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평가를 통해 이들 중 하반기 금고 운영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통합하면 총예산은 25조원 수준으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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