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재 신현송, 취임 일성 "대전환의 시기, 한은도 진화해야…실천 통해 해답 찾겠다"

'제28대 한은 총재' 취임…임기 2030년 4월20일까지
"경제환경 변화, 한은도 진화해야" 이론보다 앞선 실천 강조
통화정책 유효성 제고·금융안정 조기경보 기능 강화 의지
원화 국제화·구조개혁 역할 확대도 주요 추진 과제로

"지정학적 갈등과 인공지능(AI) 기술 혁명으로 대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실천을 통해 해답을 찾고, 새 이론을 써 내려가겠습니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의 취임 일성이다. 신 총재는 21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대전환의 시기엔 '중앙은행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며 '이론보다 앞선 실천에서 찾는 해답'을 강조했다. 신 총재는 이 자리에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고, 금융안정을 위해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원화 국제화와 구조개혁을 위한 역할 확대도 주요 추진 과제로 꼽았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은에 출근하고 있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은에 출근하고 있다.

"중앙은행도 진화해야…원화 국제화 등 중점 추진 과제부터"

신 총재는 "되돌아보면 중앙은행의 역사는 경제환경의 변화에 부응해 끊임없이 진화해 온 과정이었다"며 역사적 맥락을 짚었다. 중앙은행의 전신이 된 17세기 예금은행은 금속화폐 난립 상황에서 공신력 있는 예금 발행과 결제로 화폐 신뢰를 구축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고, 20세기 초 대공황과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거치며 중앙은행은 물가와 성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거시경제 운영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는 "중앙은행의 변천은 정립된 이론을 뒤따른 결과가 아니라, 경험이 이론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다"며 "오늘 우리가 마주한 도전 또한 실천을 통해 해답을 찾고 새로운 이론을 써 내려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향후 4년간 중점 추진 과제로는 ▲통화정책 유효성 제고 ▲금융안정 조기경보 기능 강화 ▲원화 국제화 ▲구조개혁 역할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중동전쟁에 따른 공급충격으로 물가와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며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책 수단을 재점검하고, 정부와도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정책 공조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안정 대응 면에서도 변화를 예고했다. 신 총재는 "은행과 비은행, 국내와 해외 부문 간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기존의 건전성 지표와 함께 시장 가격지표의 움직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비은행 부문에 대한 정보접근성을 높이고 금융기관의 부외거래, 비전통 금융상품 등으로 분석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은에 출근하고 있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은에 출근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혁신, 금융안정 저해 않아야…거시건전성 체계 논의

신 총재의 전문 분야인 화폐 신뢰와 지급결제 안정의 중요성 역시 재차 역설했다. 신 총재는 "원화의 국제화를 위해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을 추진하고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외환거래의 접근성과 안정성을 국제적 기준에 맞게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원화 기반의 자본거래와 실물거래를 촉진해 원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다는 포부다.


디지털 금융 혁신과 관련해서는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을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 토큰의 활용도를 높이고, '아고라 프로젝트' 등 국제 협력을 통해 디지털 지급결제 환경에서도 원화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화 국제화, 지급결제 혁신, 거시건전성 체계가 '삼각 축'을 이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 구조개혁에 대해서도 한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신 총재는 인구 구조 변화, 양극화 심화,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문제 등이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구조적 요인은 통화정책과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운영의 중요한 일부인 만큼, 이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정책 제언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은에 출근하며 인사하고 있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은에 출근하며 인사하고 있다.


거시금융 전문가 신현송… 공백 없는 총재직 수행

제28대 한은 총재에 오른 신 총재의 임기는 2030년 4월20일까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5일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뒤 논의를 거쳐 전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안 재가가 이뤄지면서, 이창용 전 총재 퇴임 후 공백 없이 신임 총재 체제가 출범하게 됐다. 신 총재는 "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못해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며 "할 일이 많다. 앞으로 한은 총재직 수행으로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옥스퍼드대·런던정경대·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영국 중앙은행 고문, 국제통화기금(IMF) 상주 학자, 뉴욕 연방준비은행 금융자문위원을 역임하고 2014년부터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수석이코노미스트) 겸 경제자문역, 통화정책국장을 지낸 거시경제·금융 전문가로, 향후 4년간 한은 총재직을 수행하게 된다.


한편 이날 신 총재가 취임 직전까지 12년간 몸담았던 BIS 역시 신 총재 취임을 축하했다.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BIS 사무총장은 "집행위원회의 일원으로 BIS 핵심 구성원으로 활동한 신 총재는 BIS의 지적 리더십과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며 중앙은행을 지원하는 연구·분석 활동을 발전시켰다"며 "신 총재의 한은 총재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했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은에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질문 받고 있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은에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질문 받고 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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