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비판 거세자, 트럼프 "특단의 대책"…한국전쟁 때 만든 전시법 발동

1950년 제정 국방물자생산법
석유·석탄·LNG 등 연방 자금 투입
"미 국방 대비 태세의 핵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뛰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는 한국전쟁 때 만들어진 전시 권한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화석 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에너지 인프라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상승으로 이란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DPA 통해 화석 연료 생산 확대


트럼프 대통령은 DPA에 따라 미국 내 석유 생산과 정제, 석탄 공급망, 천연가스 송전, 전력망 인프라 등을 대상으로 연방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 각서 5건을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각서에 따라 미 에너지부는 해당 분야에 연방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제정된 대규모 감세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A)'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활용해 자금을 투입한다. 석탄 화력 발전소, 정유 시설, 가스 터빈·변압기 제조 시설 등의 장비 구매에 자금을 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당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 내 원유·석탄·천연가스 생산은 국방 역량을 심각하게 훼손할 산업 자원 또는 핵심 기술 품목의 부족을 막기 위해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회복력 있는 국내 석유 생산·정제·물류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미 국방 대비 태세의 핵심이라고 판단한다"며 "즉각적인 연방 정부의 조치가 없다면 국방 역량은 계속해서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천연가스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능력은 국방 작전을 지속하고 동맹국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파이프라인, 처리시설 또는 수출 역량이 부족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은 무방비 상태로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간선거 앞두고 에너지 가격 압박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경제·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완전히 발휘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연방 자금을 활용해 전력망 인프라를 강화하고, 안정적이고 저렴하며 안전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DPA는 대통령이 민간 기업에 핵심 산업 자재 생산 확대를 지시하는 등 미국의 국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방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한다. 1950년 9월 한국전쟁 때 군수 물자 적시 보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연방정부의 개입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제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70여년 전 만들어진 DPA를 꺼낸 것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비용이 치솟으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백악관과 공화당에 부담이 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전력 수요도 급증하며 전기 요금 인상을 이끌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태양광 패널, 변압기 등의 미국 생산을 늘리기 위해 DPA를 거론한 바 있고,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인공호흡기 생산을 위해 DPA를 발동한 바 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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