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산 산화' 막아 췌장암 항암제 내성 차단하는 새 치료법 규명

국립암센터 김수열 박사팀, 암세포 에너지 공급원 끊어 항암효과 극대화

국내 연구팀이 췌장암 치료의 최대 난제인 항암제 내성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원리를 규명해 국제 암 연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수열 국립암센터 암생물학연구부 최고연구원(왼쪽)과 우상명 국립암센터 간담도췌장암센터장. 국립암센터

김수열 국립암센터 암생물학연구부 최고연구원(왼쪽)과 우상명 국립암센터 간담도췌장암센터장. 국립암센터

국립암센터는 김수열 암생물학연구부 박사(뉴캔서큐어바이오 대표) 연구팀과 우상명 간담도췌장암센터 교수 임상팀이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암세포가 항암제 공격을 받아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 핵심 원인이 지방산 산화를 통한 에너지 보급에 있음을 밝혀내고 이를 차단해 항암제 내성을 완전히 역전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항암 치료의 최대 걸림돌은 암세포가 독성을 견뎌내고 다시 자라나는 '재발'이다. 암세포는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항암제 투여와 같은 외부 공격을 받으면 자신의 세포 일부를 스스로 잡아먹어 에너지를 만드는 '자가포식(Autophagy)' 과정을 통해 생존한다.


그동안 초기 자가포식을 막는 방식으로 암의 항암제 내성을 억제하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암세포는 곧 다른 경로인 '후기 자가포식'을 활성화해 또 다른 내성이 생겼다. 연구팀은 암세포가 에너지가 부족할 때 켜지는 JNK1 단백질이 바로 이 후기 자가포식을 유도하며, 이 과정에 지방산 산화(FAO)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이번 발견은 김 박사가 제시해온 '킴 이펙트(Kim Effect)' 암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이 포도당이 아니라 지방산이라는 이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항암제를 투여하면 암세포는 에너지가 부족해지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지방산 산화를 급격히 높인다. 이렇게 얻은 에너지로 성장 신호를 다시 활성화해 항암제 속에서도 살아남는 것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1차 화학항암 치료법에서 지방산 산화 억제제를 함께 투여해 이 연결을 끊자 암세포가 항암제 내성을 유도하는 자가포식이 멈추면서 완전히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지방산산화를 억제하면 발생하는 간 독성 문제를 해결한 신약 후보물질 'KN510713'도 개발했다. 이 물질은 간에 지방이 쌓이지 않으면서 암의 지방산 산화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특징이다. KN510713은 이미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현재 지방산 산화를 표적으로 하는 세계 유일의 췌장암 치료제로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아니라 모든 암세포가 공통으로 가진 에너지 대사 방식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췌장암뿐 아니라 치료법이 없는 다양한 고형암과 희귀·난치암의 항암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돼 암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향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암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 IF 16.6)' 4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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