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대선거구제 확대 다양성 정치 살릴까

[기자수첩]중대선거구제 확대 다양성 정치 살릴까

"지방의원이요? 아는 얼굴은 고사하고, 아는 이름도 없어요."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31년이 흘렀다. 한 세대가 지났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리는 지방자치제도는 여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시민 외면 속에서 이권을 두고 다투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지방정치 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는 '무투표 당선'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490명의 후보가 투표 없이 당선됐다. 후보자는 선거 전단, 벽보 하나 없이 유권자 관심 밖에서 선택됐다. 이 문제는 서울에서도 빈번히 발생했다. 시의회 의원 2명, 구의회 의원 109명, 기초비례의원 10명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무투표 당선이 대거 발생하는 것은 지방선거가 정당의 담합 형식으로 치러지는 탓이 크다. 후보 2명이 당선되는 지역에 여야가 사이좋게 1명씩 후보를 내 무투표 당선을 도모하는 식이다. 지방정치에 대한 시민 외면까지 더해지면서 군소정당, 무소속 후보의 도전마저 사라졌다.


후보자는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눈치만 살핀다. 지방선거 공천을 두고 금품수수 의혹 등 잡음이 계속된 것도 이 구조와 맞물려 있다. 정당의 그림자가 지방정치에 지나치게 크게 드리워진 점도 자생력을 없애는 요인이다. 호남이나 영남은 물론 수도권 선거에서도 이른바 쏠림 현상이 나온다. 묻지마 투표 속에서 정당이 유일한 선택의 기준 역할을 하다 보니 지역의회 내부의 견제와 감시 같은 건강한 작동 구조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지난 18일 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은 '개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특별시) 4개 선거구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광역의회 비례대표 비율도 기존보다 4%포인트 늘려 14%로 상향했다. 기초의회의 경우에도 기존 11개 선거구에 16개 선거구를 더해 27곳에서 중대선거구제가 실시된다.


더 근본적인 정치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마저도 미완의 개혁으로 느낄 수 있다. 개혁의 모양새를 취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다만 이런 변화의 노력조차 없다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자생력은 도모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번 변화를 물꼬 삼아 지방소멸 시대, 지방정치의 활로를 모색하는 개혁방안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건강한 지방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지역 정치가 중앙 정치에 기대지 않고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핵심은 다양성의 정치다. 다른 시선과 새로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풍토가 연착륙할 때 풀뿌리 민주주의도 살아 숨 쉬지 않을까.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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