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장비 없이 '알고리즘'으로 뇌 생체 이미지 복원

'보다 선명한 생체 내부 이미지를 얻기 위해선 고가 장비가 필수'라는 공식이 깨졌다. 광학 측정 장비 없이 뇌 내부의 흐릿한 이미지를 선명하게 복원하는 기술이 개발된 덕분이다. 이 기술은 물리 기반의 인공지능(AI) 계산 알고리즘을 통해 구현된다.


강익성 교수. KAIST

강익성 교수. KAIST


KAIST는 전기 및 전자공학부 강익성 교수와 UC 버클리 나지(Na Ji) 교수 연구팀이 신경장 모델(neural fields)로 생체 내부를 관찰하는 현미경 이미지의 왜곡을 정밀 보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신경장 모델은 3차원 공간의 구조를 연속으로 표현해 이미지와 형태를 동시에 복원하는 신경망 기반 기술이다.


공동연구팀이 연구에서 활용한 현미경은 '이광자 형광 현미경'이다. 이 장비는 두 개의 약한 빛을 동시에 사용해 생체 깊은 곳의 특정 지점만 선택적으로 빛나게 해 생체 조직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빛이 두꺼운 조직을 통과하는 과정에서는 휘고 흩어지는 단점이 있다. 마치 물속에서 물체가 일그러져 이미지가 흐릿해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이를 광학 수차(optical aberration·빛이 왜곡돼 초점이 흐려지는 현상)라고 한다.

기존에는 빛의 왜곡을 보정하기 위해 '파면 센서(wavefront sensor·빛이 얼마나 휘어졌는지를 측정하는 장치)' 등 값비싼 하드웨어 장비가 필수적이었다.


형광 현미경 왜곡 보정을 위한 프레임워크. KAIST

형광 현미경 왜곡 보정을 위한 프레임워크. KAIST


이와 달리 공동연구팀은 이미 촬영된 이미지 데이터를 이용해 빛이 어떻게 왜곡됐는지를 역으로 계산하고, 바로잡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포토샵 등 소프트웨어로 흐릿한 사진을 본래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처럼, 추가 장비 없이 선명한 이미지를 되살리는 방식이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신경장 모델 기반의 기계학습 알고리즘이다. 이 알고리즘은 빛이 이동할 때 발생하는 왜곡 과정을 추적해 생체 조직의 광학 수차는 물론 생체의 미세한 움직임과 현미경의 기계적 오차까지 동시에 보정하는 통합 기술을 구현한다.


공동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별도의 광학 측정·보정 장비 없이도 생체 조직 깊은 곳에서 고해상도·고대비 이미지를 안정적으로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해선 값비싼 장비가 필요하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고, 소프트웨어(알고리즘)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이는 고가 연구 장비를 구비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 보다 많은 연구자가 정밀한 뇌 관찰을 수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광학과 AI 기술을 결합해 생체 내부를 보다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며 "공동연구팀은 이 기술을 향후 현미경이 스스로 최적의 이미지를 찾아내는 '지능형 광학 이미징 시스템'으로 발전시켜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 결과는 지난 13일 생명과학 분야 방법론 학술지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에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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