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4곳 중 1곳이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지면서 인선 난맥상이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특히 주요 공기업에서는 사상 초유의 '대대행(代代行) 체제'와 '재공모 반복', 기약 없는 '임기 연장' 등 비정상적인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적인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건설경기 회복과 이재명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이끌어야 할 공공시장의 '큰 손'이지만, 6개월 이상 수장이 공석이다. 올해 LH의 발주 규모는 17조90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공사 물량이 15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남양주 왕숙·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에 전체 물량의 71%인 12조8000억원을 쏟아부어야 하고, 연내 공공주택 5만2000호 착공 목표도 달성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사장 재공모에는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공개적으로 지원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통상 공모부터 임명까지 2∼3개월이 걸리나 절차를 서둘러 올해 상반기 안에는 취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 공기업의 인선도 첩첩산중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전임인 최연혜 사장 임기 만료 이후 후임 선임이 하염없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모를 통해 후보자를 압축했지만 노조의 반발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의 부적격 판단으로 결국 재공모에 들어갔다. 채희봉·최연혜 사장 선임 당시에도 재공모를 거쳤던 가스공사는 '세 번 연속 재공모로 사장을 선임'하는 진기록을 남길 처지다.
한전KPS 역시 2021년 6월 취임한 김홍연 사장이 3년 임기를 마쳤음에도 후임 인선 지연으로 1년10개월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사장은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3정부에 걸쳐 재임 중이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조용돈 전 사장이 2024년 5월 해임된 이후 2년여간 수장 자리가 비어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 여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권변호사 출신 인사가 내정돼 오는 23일 취임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은 이른바 '보은 인사' 후폭풍에 휩싸였다. 20일 장동직(배우) 정동극장 이사장, 서승만(코미디언·방송인) 국립정동극장 대표, 황교익(맛 칼럼니스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이 취임하자 문화예술계 안팎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앞서 한국콘텐츠진흥원도 배우 이원종 씨가 유력 원장 후보로 올랐다가 논란 끝에 후보자들이 모두 탈락하며 재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 모두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인물들이다.
반면 한국수력원자력(김회천 전 한국남동발전 사장), 한국석유공사(손주석 전 석유관리원 이사장), 산업기술진흥원(전윤종 전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 공영홈쇼핑(이일용 전 홈앤쇼핑 대표), 예술의전당(장한나 첼로연주자 및 지휘자) 등은 해당 분야 이해도가 높은 이른바 '전문가형 인사'를 선임해 대조를 보였다.
문제는 앞으로다. 근로복지공단, 사학연금공단, 한국수자원공사,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17개 기관이 상반기 중 추가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기관장 외에도 감사, 이사직을 둘러싼 물밑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6월 지방선거를 치르며 선거 공신이나 측근을 챙기는 '논공행상' 성격의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동전쟁 장기화로 인해 에너지 쇼크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 고환율·고물가 등 대내외 경제 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리더십 공백 장기화는 뼈아프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통폐합과 지방 이전 논의까지 겹치면서 자칫 정책 추진력 저하와 조직 내 복지부동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강민성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낙하산 인사라 하더라도 기관의 업무를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문성은 갖춰야 한다"며 "중동전쟁과 관세 등 대형 대외 변수들 속에서 국정과제 수행의 최전선에 있는 공공기관의 리더십 공백을 하루빨리 메워 국가행정의 누수를 막아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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