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이 20일 전남 여수시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녹색대전환 국제주간’ 개회식에서 각계 대표들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갈 녹색대전환을 염원하는 행동 선언을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기후·에너지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환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현재 에너지 위기가 한국 경제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0일 전남 여수 엑스포에서 개막한 녹색대전환(GX) 국제주간 개회식에서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영상 축하 메시지를 통해 "더 저렴하고 안전하며 더 신속하게 시장에 보급될 수 있는 청정에너지는 화석 연료 비용 위기에 대한 해답"이라며 "재생에너지는 각국 정부가 자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먼 사무총장은 이어 "현재의 위기는 에너지 및 건설 기업들이 아시아 전역에 청정 인프라를 구축할 엄청난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며 "한국의 고도로 숙련된 인력과 뛰어난 기술 혁신 역량을 활용한다면 청정에너지로의 전 세계적 전환은 한국이 여러 세대에 걸친 경제 호황을 이루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면서 뛰어난 기술 역량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날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에너지가 기후 위기 대응을 넘어 경제와 산업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며 "각국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탄소 감촉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대한민국은 정치적 결단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에너지 전환을 국가 성장 전략으로 추진하게 됐다"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 이상 달성하고 녹색 제조 강국으로 도약함과 동시에 에너지 전환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어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2030년까지 화석 연료 비중을 66% 이하로 낮추고 전기화 비중을 30%로 확대하겠다는 이정표도 제시했다.
세계 각국도 경제 성장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에너지전환을 서두르고 있음을 확인했다. 마츠오 타케히로 일본 경제산업성 차관은 기조연설에서 "일본의 GX 정책은 점진적이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경제 성장과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2013년 대비 2035년까지 60%, 2040년까지 73%의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의욕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마츠오 차관은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탄소 가격제를 통해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민간 투자와 기술 혁신을 유도할 것"이라며 "탈탄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세계 최초로 GX전환채권을 발행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탄소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면서 한국의 사례를 참고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우고 아스투토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EU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소개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고 청정에너지가 늘었지만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며 "녹색대전환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에너지 안보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개회식에서는 김상협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사무총장의 주재로 주요국 고위급 인사들이 에너지 전환 장벽과 실질적인 국제 협력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중동 사태로 세계 각국이 겪고 있는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에너지전환을 꼽았다.
안네 카리 한센 오빈드 주한 노르웨이 대사는 "중동에서 시작한 공급망 차질로 전 세계가 영향을 받고 있다"며 "에너지전환은 안보와 공급망 강화를 위해 필수"라고 설명했다. 안네 대사는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가스, 원자력, 배터리 등을 통해 신뢰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해상풍력 분야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밝혔다.
20일 전남 여수 엑스포에서 열린 녹색 대전환 국제주간 개회식에서 에너지 전환 장벽과 실질적인 국제 협력 방안에 대해 고위급 인사들이 토론하고 있다. 강희종기자
레 꽁탄 베트남 농업환경부 차관은 "베트남에서도 녹색대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전략"이라며 화석연료에서 녹색 연료로의 전환, 수송의 녹색화, 저탄소 인프라 지원, 에너지 효율화, 순환 경제 등 역점 추진 사항들을 소개했다.
누라 함라지 UNFCCC 부사무총장은 "그동안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맥락에서 에너지전환을 얘기했지만 이제는 모든 국가는 에너지 전환이 안보와 경제에 직결돼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11월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31)에서도 이같은 내용이 주요 의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개회식은 주요국 기후·에너지 부처 장·차관, 국제기구 및 주한 공관 고위급 인사,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개회식에서는 각 계층을 대표해 어린이, 청년, 국제기구, 정부 및 산업계 인사가 무대에 나와 녹색대전환을 다짐하는 행동 선언을 했다.
올해 녹색대전환 국제주간은 국내에서 최초로 열리는 제3차 UNFCCC 기후주간(Climate Week) 및 2026년 기후변화주간과 연계해 25일까지 계속된다.
기후주간은 COP31에 앞서 현안을 점검하는 자리로 198개 당사국과 국제·비정부기구 관계자 1000여명이 참석한다. 여수시는 이번 기후주간 행사 주최를 계기로 오는 2028년 열리는 COP33 유치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후변화주간은 2009년부터 지구의 날(4월 22일)이 포함된 주에 진행하는 행사로 여수와 서울에서 열린다.
기후부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외 녹색 대전환 논의를 확산하고 오는 6월 발표 예정인 '대한민국 녹색 대전환(K-GX) 추진 전략에 대한 정책 공감대를 사전에 형성하는 한편 기후·에너지 분야에 우리나라의 선도적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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