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만난 모디, '한국 전담 데스크' 설치 약속…'컨트롤 타워' 산업협력委도 신설

모디, 한국 측에 '인도 경제협력 전담반' 제안…李대통령, 긍정적 화답
조선·철강·원전·핵심 광물 등 협력…"상설 '한-인도 산업협력위'가 컨트롤 타워"
모디, 이재용·정의선·구광모 등 주요 기업인 오찬에 깜짝 초대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대폭 끌어올렸다. 인도 총리실 내 한국 전담 데스크를 설치해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 애로를 직접 챙기기로 했고, 양국 간 최초의 경제협력 분야 장관급 협의체인 '한-인도 산업협력위원회'도 신설하기로 했다. 교착 상태였던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도 재개·가속화하기로 하면서 양국 협력이 선언을 넘어 실행 단계로 넘어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2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한 호텔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오찬 및 한-인도 경제인 대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정책실장이 2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한 호텔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오찬 및 한-인도 경제인 대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총리 오찬 전에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모디 총리는 매우 진지하게 양국 경제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며 "우리 중소기업들의 인도 진출 애로사항, 즉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인도 총리실이 컨트롤타워가 돼 한국 전담 데스크를 설치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디 총리는 또 한국 측에도 인도 경제협력 전담반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모디 총리는 조만간 한국 기업 주관으로 한국 기업인들을 다시 초청해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해법을 찾겠다고도 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산업 협력체도 상설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에너지·자원안보 협력 공동성명을 부속서로 채택하는 한편 경제협력 분야 최초의 장관급 협의체인 한-인도 산업협력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 협의체는 진출 기업 애로 해소는 물론 핵심 광물, 조선, 원전, 전력, 청정에너지 등 협력 수요가 큰 분야를 폭넓게 다루는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김 실장은 "조선·철강 등 모든 분야를 커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분야에서는 CEPA 개선 협상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양국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조기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재개하고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별도의 장관급 공동선언문도 발표됐고, 양측은 차기 제12차 개선협상 개최 시기와 타결 목표 시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5월 예정된 실무협상에서는 상품·서비스·원산지 등 전통 통상 규범뿐 아니라 공급망 협력, 민관 협력 촉진, 디지털 규범 등 신통상 의제까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첨단기술 협력의 틀도 넓혔다. 양국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 거버넌스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을 위해 '디지털 브리지 프레임워크'를 체결했다. 김 실장은 이를 통해 "전 세계 2위 수준의 IT 인력을 보유한 인도 기업과의 교류 협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모디 총리도 소인수 회담에서 조선업, AI, 반도체, 청정에너지를 향후 10년의 핵심 분야로 거론하며 "인도의 스케일과 한국의 스피드가 결합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이날 양국 경제 일정에는 국내 54개 기업·단체에서 약 200명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특히 모디 총리는 이 가운데 삼성전자, 현대차, LG, 포스코 등 주요 기업인 11명을 총리 주최 오찬에 직접 초청하기도 했다. 당초 비즈니스 포럼 직전 별도 경제인 대화가 예정돼 있었지만, 모디 총리가 양국 정상과 기업인들이 함께 오찬을 하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국빈 일정에서 보기 드문 형식의 경제 외교 무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뉴델리 영빈관에서 확대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뉴델리 영빈관에서 확대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인들은 자동차·전기전자 중심 협력을 넘어 조선·철강 등 기반 산업, AI·IT와 제조업의 융합, 소비재·문화 등 신산업 협력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삼성은 인도 현지 첨단제품 생산과 혁신 연구개발(R&D) 강화를, 현대차는 2028년 말 완공 목표의 신흥시장 종합 R&D센터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포스코는 인도 JSW그룹과 연 600만t 규모의 고기능성 강재 생산 일관제철소 합작 건설 추진 계획을 내왔다. HD현대는 중형 조선소 건설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했고, 효성은 전력망·펌프 공장 협력을, 크래프톤은 게임 제작 생태계 지원 의지를 각각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회장은 "현지 기업이 되겠다는 자세로 (인도에) 진출했다"면서 "앞으로 첨단제품 생산과 혁신 연구개발(R&D)을 인도 현지에서 같이 하겠다"고 했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정의선 회장은 "2028년 말 인도에서 종합 R&D 센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번 달 현지 제3공장 준공식에 모디 총리를 초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찬 자리에서 모디 총리에게 국빈 초청과 환대에 감사를 표한 뒤 자신의 '소년공' 경험과 모디 총리의 '차이왈라(Chaiwala·인도식 홍차인 차이를 파는 상인)' 이력을 연결하며 양국 간 친밀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철강·조선 같은 기반 산업뿐 아니라 소비재와 문화콘텐츠까지 경제협력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기업들의 노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8년 만의 정상 방문이자,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성사됐다. 정부는 10위 교역 상대국인 인도와의 지난해 교역 규모는 256억달러였지만, 유사한 경제 규모의 아세안과 비교하면 아직 10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는 만큼 2030년까지 5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인도 시장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본격 활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델리(인도)=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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