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 편의점지부 CU지회가 화물노동자의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진행 중인 무기한 총파업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운영사인 BGF리테일 과 물류 자회사인 BGF로지스의 직접 교섭을 촉구하는 집회 과정에서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등 사상자가 발생하면서다. 파업 과정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CU의 일부 물류센터와 생산공장 등을 봉쇄하면서 상품 출고가 막힌 가맹점주들도 매출 하락과 이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CU 물류센터와 생산시설 일부가 봉쇄되면서 간편식을 비롯한 상품 공급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한 CU 매장에 관련 상황을 안내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독자 제보
20일 경남경찰청과 소방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2분께 경남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 CU 진주물류센터 앞 집회 현장에서 2.5t 화물차가 집회 참가자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0대 조합원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또 다른 조합원 2명도 각각 중상과 경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물류 차량 출차를 노조원이 막아서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또 노조 측 차량이 방패를 들고 있는 경찰 경력 바리케이드를 덮친 뒤 센터 정문으로 돌진해 20대 경찰 기동대원이 머리에 타박상을 입기도 했다. 이번 집회는 화물연대 경남본부가 BGF리테일에 공동교섭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16일 시작해 다음 달 11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조합원이 20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CU 물류 노동자 권리보장 촉구' 집회에서 이날 오전 숨진 동료를 추모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파업은 화물연대가 배송기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7일부터 돌입한 무기한 총파업의 일환이다. 화물연대 CU지회도 원청 사업자인 BGF리테일이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시행된 개정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개정 노란봉투법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까지 교섭권을 넓히고 파업에 따른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등 전반적인 노동권을 강화한 것이 골자다.
CU의 물류 관련 업무는 BGF리테일의 자회사인 BGF로지스가 담당한다. BGF로스지가 전국에 25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이들 물류센터는 개인화물 기사를 자체 고용한다. 파업 중인 화물연대 CU지회 소속 화물노동자들은 BGF로지스 소속이 아니라 물류센터가 개별 계약한 운송사에 소속된 특수고용노동자다.
이들은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수십년간 제자리 수준인 운송료 현실화와 처우 개선 등을 위해 BGF리테일과 BGF로지스 측이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전국 25개 CU 물류센터 중 경기 화성과 안성, 전남 나주, 경남 진주 등 주요 물류센터 출입구를 봉쇄하고 차량 출차를 막은 데 이어 지난 17일부터는 충북 진천의 BGF푸드 공장까지 출입을 막았다.
박종곤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장은 "물가는 1년에 2~3%씩 오르는데 운송료는 0.5~0.7% 수준으로 인상돼 사실상 마이너스"라며 "조합원들이 20~30년 만에 처음으로 CU 자본과 대화를 요구하고 90일 동안 6차례나 공문을 보냈으나 돌아온 것은 물량 축소와 손해배상 청구 등 노조 탄압이었다"고 주장했다.
화물노동자들이 문제로 지적하는 또 다른 사안은 대차비다. 이는 노동자가 아프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운행하지 못할 경우 배송을 대신해줄 사람을 직접, 사비를 들여 구하는 것이다. 윤정욱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 편의점지부 CU 지회장은 "대차비가 적게는 하루 14만원, 많게는 45만원"이라며 "편의점 배송은 특성상 오전과 오후 한 번씩 하루 2회전 구조로, 대차를 쓰면 최대 90만원에 달하는 대차비가 노동자 개인의 몫이 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파서 쉬면 수입은 없고 대차비만 나가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몸이 부서져도 핸들을 놓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아플 때 쉴 수 있는 대차비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BGF리테일이 교섭 테이블에 성실히 나올 수 있도록 강제해 달라"고 정치권에 호소했다.
BGF리테일 측은 물류 관련 업무 주체는 BGF로지스이고, 각 물류센터가 자영업자 형태인 개별 운송사와 위탁 계약을 통해 운임이나 계약조건 등을 정하기 때문에 화물노동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용자 지위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일부 물류센터와 생산시설 봉쇄 등이 발생하면서 CU 점포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점주들이 운영하는 커뮤니티 등에서는 도시락이나 김밥, 샌드위치 등 간편식이 입고되지 않아 매대가 비어있는 상황을 하소연하는 사진과 글이 줄을 잇는다. 생산공장이 막히면서 CU의 자체브랜드(PB) 상품도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 CU 점주는 "신선식품 비중이 매우 큰데 (물건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하루 매출이 지난주보다 최대 50%까지 급감하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매출이 줄어 너무 힘든 상황인데, 이달 안에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위약금 없는 폐업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가맹점주들은 노란봉투법을 제정하고 통과시킨 정치권과 정부를 규탄하는 쪽과 본사 측의 대응 방식을 질타하는 입장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박 본부장은 "우리가 핸들을 놓으면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물량에 차질이 생길 줄을 알면서도 CU 자본은 90일 동안 수수방관하다가 이제 와서 화물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더 큰 투쟁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동종 업계를 비롯한 유통가에서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주체와 화물노동자를 고용하는 형태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개정 법안의 시행과 함께 비슷한 갈등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소상공인인 가맹점주들의 타격과도 맞물리기 때문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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