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자금을 운용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 탭엔젤파트너스(이하 탭엔젤)가 펀드로 투자한 회사의 분식회계를 숨겨주는 대신 사실상 회사 경영권을 넘겨받는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합의서의 내용이 외부로 공개되지 않도록 비밀서약까지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탭엔젤은 지난해 11월 드론 제조기업 '인투스카이'의 정모 대표이사와 주식 양수도 관련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정 대표는 탭엔젤이 요청할 경우 정 대표가 보유한 약 77%의 인투스카이 주식을 탭엔젤 또는 탭엔젤이 지정하는 자에게 양도해야 한다. 펀드로 투자한 회사의 경영권 및 소유권을 운용사(GP)인 탭엔젤이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탭엔젤은 인천 지역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AC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 운영사이기도 하다. 올 초에는 소상공인 투자 연계형 '립스(LIPS)', 성장 단계 기업 대상 '스케일업 팁스(TIPS)' 운영사로도 선정됐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550억원 규모 투자조합을 결성했고 64개 기업에 투자를 집행했다. 규모 측면에서 국내 AC 업계 상위권에 속한다.
앞서 2023년 탭엔젤은 '탭엔젤파트너스 인천 혁신 창업 투자조합 제2호'와 '탭엔젤파트너스 이에스지 투자조합 제7호' 등을 통해 인투스카이의 전환상환우선주(RCPS)에 투자했다. 지분율은 두 펀드를 합쳐 약 5.3%다. 이 중 인천 혁신 창업 투자조합 제2호는 모태펀드가 40억원을 출자한 펀드다.
정 대표가 탭엔젤과 주식 양수도 관련 합의서를 체결한 배경에는 회사 내부 비리에 대해 탭엔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조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합의서 첫 번째 조항에서 정 대표는 "본인은 인투스카이의 대표로서 회사의 이중송금 사건 및 위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분식회계 사건에 관해 깊은 유감을 표하고, 이 사건의 최종책임자로서 탭엔젤과 합의서를 작성한다"고 밝혔다.
특히 탭엔젤은 이 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한다는 사실을 펀드투자자(LP) 및 인투스카이의 다른 주주 모두와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LP는 모태펀드 등이고, 인투스카이 주주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있다.
게다가 탭엔젤은 합의서에 이 내용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5억원을 위약벌로 지급하는 내용도 넣었다. 사전에 이 합의서 자체가 유출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탭엔젤 측은 "인투스카이가 힘들어져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인수를 검토하려는 전략적투자자(SI) 측에서 계약의 진행을 위해 이와 같은 합의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작성한 것"이라며 "합의서를 작성하기 전 인투스카이의 다른 투자자 및 주주들과 충분히 내용을 공유했고 암묵적인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합의서는 실제 M&A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모태펀드에 보고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며 "합의서 작성 당사자가 펀드가 아닌 탭엔젤인 이유는 GP 자격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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