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80%만 확보해도 지역주택조합 사업 가능해진다

국토부 지역주택조합 피해예방·정상화 방안 내놔
정상 사업장 속도↑…조합 운영 투명성·분쟁예방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사업계획승인을 위한 토지 소유권 확보기준이 현행 95%에서 80%로 낮아진다. 전문성을 갖춘 업체가 조합 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등록제를 도입하는 한편 공사비 증액 시 외부 전문기관 검증이 의무화된다. 자금 사용 내역도 공개토록 해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지역주택조합 피해 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을 20일 발표했다. 지역주택조합은 토지 확보 기준이 높고 사업 진행이 더뎌 성공률이 낮거나 조합원 피해가 크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10월 초기 진입기준을 강화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에 기존 정상 사업장의 속도를 높이고 조합원 권익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토지 확보 애로·조합원 결원…사업지연 요소 차단

토지소유권 확보 기준을 80%로 낮춘 건 이른바 '알박기'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 현행 95% 기준으로는 5% 이상 소수 토지주가 매매를 거부하거나 과도하게 비싼 가격을 요구해 사업이 늦어지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일반 주택건설사업과 같은 수준인 80%로 낮추기로 했다. 나머지 토지에 대해선 사업인가 이후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지난해 5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경북 고령군에서 대구 시민의 지역주택조합 관련 하소연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경북 고령군에서 대구 시민의 지역주택조합 관련 하소연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는 토지사용승낙서 격인 사용권원 50%를 확보하면 모집신고가 가능하며 사용권원 80%, 토지소유권 15% 이상일 때 조합설립을 인가받는다. 이후 토지소유권 95%를 확보해야 사업계획승인이 났다. 앞으로 규정이 바뀌면 기존 조합의 경우 모집신고나 조합설립인가 기준은 기존과 같으며 사업계획승인은 토지소유권 80%로 완화된다.


신규 조합의 경우 토지매매계약 80% 이상일 때 모집신고가 가능하며 조합설립인가 기준은 토지매매계약 65%·토지소유권 15%, 사업계획승인은 토지소유권 80%로 기준이 바뀐다. 개정 시행일 이전에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지 않은 조합은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


사업지 내 주택을 보유하거나 거주 중인 원주민도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바뀐다. 지금은 무주택자이거나 85㎡ 이하 1주택자만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데, 기존 원주민 재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2년 이상 소유·1년 이상 거주자는 85㎡ 이하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조합원 결원이 생겨 충원할 때 조합 가입 신청일을 기준으로 조합원 자격을 판단하기로 했다.

조합운영 전문성·투명성 ↑

대행업 등록제는 자본금과 전문인력 등 엄격한 기준을 둘 예정이다. 부실업체의 시장진입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부실업체가 난립해도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아 관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감안했다.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때 한국부동산원 등 전문기관 검증을 의무화한다. 조합원 20% 이상이 요청하거나 최초 공사비 대비 5% 이상 증액, 증액 공사비 대비 3% 이상 늘어난 경우에 이러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시공사와 공정한 계약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입찰을 의무화하고 공동시행이 아닌 조합 단독으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도 만든다.

과거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하다 중단된 하월곡동 일대 빈집. 이승진 기자

과거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하다 중단된 하월곡동 일대 빈집. 이승진 기자


아울러 조합이 자금의 인출·사용 내역과 증빙자료를 조합원이 알 수 있도록 근거도 마련한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자금인출이 제한된다. 연락처 등 정보공개 대상자료를 구체화하는 한편 조합원 20% 이상 요구할 시 회계감사도 받도록 하는 등 조합 운영 과정에서 수시로 불거지는 문제도 바로잡는다.


온라인 총회·전자의결 방식을 도입한다.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대리인 인정 범위를 배우자, 직계 존·비속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분담금 명세결정 등 조합원 재산권과 관련한 중대한 사항에 대해서는 정족수 기준을 과반 출석, 과반 찬성에서 3분의 2 이상 출석,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높이기로 했다. 조합원이 사업 가능성 등을 미리 꼼꼼히 따져볼 수 있도록 가입 철회 기간을 30일에서 60일로 늘린다.


부실 조합·사업완료 조합 해산 속도↑

부실조합을 일찍 정리할 수 있는 근거도 생긴다. 현재는 사업이 늦어지면 총회의결을 거쳐 사업종결이나 조합해산이 가능한데, 한 번 부결되면 재의결 기회가 막혔다. 앞으로는 총회 부결 후에도 1년 이상 조합설립이나 사업계획 인가를 못 받으면 조합원 3분의 1 이상 재의결이 가능하도록 해 총회에서 다루도록 바뀐다.


아울러 토지확보율이나 분담금 납입현황 등 사업정보를 반기마다 제공토록 하는 한편 매년 지자체 등을 통해 전수실태점검도 할 예정이다. 장기 미운영 조합은 지자체 재량에 의해 청문절차 등을 거쳐 취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키로 했다. 사업을 마친 조합은 1년 이내 해산총회를 여는 걸 의무화하고 정당 사유 없이 해산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직권으로 해산할 수 있게 된다. 지자체가 실태점검이나 자료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국토부는 이러한 사안이 향후 법 개정 등을 고쳐 내년부터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은 "이번 대책은 현장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고질적인 지역주택조합 사업 애로 요인을 해소해 사업속도를 높이고 조합원 권익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서 "지역주택조합 피해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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