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퇴임 후 대외 메시지 이어간다 "말 하는 게 내 스타일, 경제평론 할 것"(종합)

"명확한 게 좋다는 지론…뒤에 가만히 있으면 알아주는 세상 아냐"
비상계엄 직후 해외기관 소통, '이래서 내가 소임 맡았나' 생각
동결 딜레마? 동의 못 해…'금리 고정'도 상당한 결정
"신현송 후보자, 훌륭하신 분…빨리 잘 처리됐으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퇴임 후 경제 평론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국내외 경제 상황 등과 관련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전임 한은 총재들이 퇴임 후 대외 메시지를 제한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신현송 총재 후보자에 대해선 "저보다 훨씬 훌륭하신 분"이라고 강조하면서 "능력 있는 분을 모셨으니 빨리 잘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퇴임 후에도 대외 메시지 낸다 "당분간 국내 머물며 경제 평론할 것"

이 총재는 20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이임식 후 기자실을 찾아, 퇴임 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 "3년 취업제한이 있다. 당분간 국내 머물면서 경제 평론, 자문 등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퇴임 후에도 대외적 메시지를 피력하겠다는 뜻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하는 게 좋다는 게 제 지론"이라며 "모든 중앙은행 총재가 그래야 한다는 건 아니고 제 스타일"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평가가 다른데, 저는 뒤에 가만히 있으면 알아주는 세상은 아닌 것 같다"며 "(재임 때도)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건 (말)하고, 오해를 받으면 데이터 등을 보여주면서 다르게 생각한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는 게 좋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는 비난을 받을 수는 있으나, 이를 통해 생긴 비난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튜버로 나설 것이란 일각의 보도에 대해선 "농담으로 한 게 진담처럼 신문에 나왔다"며 "경제 평론 등을 어떤 매체를 통해 할 건지는 어떤 메시지를 줄 건지에 따라 선택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에 대한 조언과 당부를 해달란 요청엔 "저보다 훨씬 훌륭하신 분"이라며 "지난 4년간 제가 한 정책의 많은 부분에서 (신 후보자가) 조언을 줬고,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각자 한은 총재로서 자기 색깔이 있다. 새로 오시면 생각하시는 바가 있어 잘하실 것"이라며 "제가 조언하는 건 부적절하다. 능력있는 분을 모셨으니 빨리 잘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자신의 임기에 대한 '학점'을 묻는 말엔 "성적보단 4년 동안 내 능력과 한계 안에서 나라 전체를 생각해 정책을 했다는 것에 만족한다"며 시간 지나면 다양한 평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을 잘했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오지랖이 심했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통화정책에 따라 손해 보는 분, 이익 보는 분 등 (이해관계도 달라) 다양한 평가가 있을 것인데, 이건 중앙은행(총재)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비상계엄 직후 해외기관 소통, '이래서 내가 소임 맡았나' 생각

4년간 가장 보람찼던 순간으론 비상계엄 직후 해외 기관 등과의 소통을 통해 국내 시장에 대한 우려를 완화한 일을 꼽았다. 해외에서 오래 일했던 경험과 이를 통해 쌓은 관계 덕에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킬 수 있었던 점을 회상하며 '이래서 내가 소임을 맡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계엄 직후 (해외로부터) 전화를 정말 많이 받았다"며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는 분리돼있다, 안심해도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게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후회하는 순간으로는 '서학개미' 발언이 불러온 오해 등을 꼽았다. 이 총재는 그러나 "지난해 말 서학개미 등 내국인 투자가 많이 늘었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덕분에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 등도 추진됐기 때문에 (비판받은 일은) 개인적으론 안 좋았지만 제도 개선을 이끈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선 "금통위원들과 견해차가 커 결정이 힘든 상황은 없었으나, 결정 후 어려웠던 건 2024년 중반 이후 금리 유지 당시 '금리를 왜 안 내리냐'며 실기론 얘기가 나왔을 때"라며 "당시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금융안정상황이 위협받던 때인데, 물가뿐 아니라 종합적으로 보면서 경정했다고 설명하며 금리를 동결했으나, 이후 많은 얘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그는 "최근엔 한미 금리 차가 너무 커(금리를 올리지 않아) 환율이 오르고 문제가 발생했단 얘기가 있다"며 "두 가지 얘기가 모두 있으니 중간 지점에서 잘 해왔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부동산에 과도하게 자산이 쏠려있는 문제에 대해선 "우리나라는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며 "정책을 오래 지속해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한은패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한은패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한은, 동결 딜레마? 동의 못 해…금리 고정도 상당한 결정

임기 중 K점도표 등 포워드 가이던스 제도를 도입한 데 대해선 "포워드 가이던스가 항상 맞아서가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선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다가 부정적이라서 돌아온 거고, 우리는 너무 안 해서 조금이나마 알려주는 방식으로 올라온 것"이라며 "6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와 금통위원별로 점 3개를 찍는 점도표에 대해 외국에서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대로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건데, 조건부라는 점(고려해달라), (조건부임을 고려하지 않고)예상이 틀렸다는 식의 평가가 계속 나온다면 못하는 것"이라며 "자리 잡을 수 있냐 여부는 조건부라는 사실이 (시장에) 얼마나 받아들여지냐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고환율 등 금융불균형과 경제 저성장으로 금리를 인상도, 인하도 못 하는 딜레마에 빠졌단 일각의 진단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 고정도 상당한 결정이다. 금리를 안 올려야 할 때 안 올리는 것도 용기"리며 "(중동전쟁 등 대외)상황이 매일 매일 바뀌어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 이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상황이 강화할지, 경제 상황이 악화할지 등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퇴임 직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춘계 회의 참석 등을 통해 배운 점으로는 중동 전쟁 타격이 상대적으로 아시아 국가에 컸다는 점, 향후 제조업 등에서 원유를 받지 못하면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생산을 못 해 생기는 문제까지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과 함께, '사이버 보안' 문제가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전문가 수준의 강력한 보안 취약점 탐지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앤스로픽(앤트로픽)의 미토스 관련 언급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클로드 미토스 프리뷰에 접근 가능한 기관에) 미국 40개 기관이 들어가 있으나, 유럽 등 다른 곳은 들어가 있지 않다"며 "해킹은 가장 취약한 부분에서 이뤄질 텐데, 연결된 다른 나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정보를 어떻게 교환할 것인지, 인공지능(AI)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등이 세계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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