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주의 권한이 세졌다. 주총 안건을 온라인으로도 심의할 수 있다. 여러 이사 선임 시 의결권을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법으로 명시되었고 자사주 소각도 의무화됐다. 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상법개정이 전광석같이 이루어졌다. 오랜 시간 공전하던 논의가 몇 달 사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주주권 강화의 종착점에 도달한 듯하다. 시작했으면 일단락을 지어야 한다. 마지막 퍼즐은 중복상장 금지와 의무공개매수제가 아닐까 한다. 그동안 중복상장이나 기업 인수 시 대주주 지분만을 매입하여, 일반주주 가치가 훼손된 사례를 여러 차례 목도한 바 있다. 이미 상장된 모회사가 핵심 분야를 자회사로 분리해 또 상장시키고 자회사 지분을 독점하면 모회사 일반주주는 껍데기 회사의 주인으로 전락하고 만다. 기업 지분 인수 시 프리미엄을 주고 대주주 지분만을 매입하면 일반주주는 낮은 시장가격에 묶여버리게 된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가 담보되는 경우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의무공개매수제의 경우 적용 기준, 가격, 범위 등에 이견이 있으나 25% 이상 인수 시 잔여 주식 전량 매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복상장은 주요국에서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은 통상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중복상장 사례가 거의 없다. 유럽은 강력한 지배구조 규제로 중복상장 빈도가 낮다. 일본의 경우 자본시장 개혁으로 상호주를 제한함에 따라 중복상장 기업의 상폐가 증가하고 있다. 중복상장 금지는 글로벌 추세에 맞다. 다만 예외 적용 시 영업 및 경영 독립성에 대한 심사기준을 명확화해야 한다. 물적분할 인적 분할 등 유형별로 허용조건도 차등화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 보호다. 일반주주의 동의 절차가 의무화되어야 한다.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거나 반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 모회사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는 필수이다. 한편 성장 촉진 목적이나 해외 자회사를 통한 투자 유치가 효율적인 중복상장은 예외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의무공개매수제의 글로벌 스탠다드는 유럽식이다. 30% 지분 취득 시 동일 가격으로 전량 공개매수해야 한다. 반면 미국은 의무적 공개매수제가 없다. 대기업집단 위주의 지배구조하에서 유럽식을 바로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시장경쟁 체제가 자리 잡은 미국을 따라갈 수도 없다. 일단 주식의 25% 이상 취득 시 총주식 수의 50%+1주를 공개매수하는 안을 제안한다. 그리고 향후 단계적으로 공개매수 범위 확대를 추진한다. 유럽식과 비교해 적용 기준 및 적용 범위를 모두 하향, 기업과 일반주주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안이다. 구조조정이나 산업 개편의 경우는 예외를 적용한다.
정말 마지막 퍼즐은 인위적 주가 낮추기를 방지하는 것이다. 중복상장 금지나 의무공개매수제도 주가가 낮으면 별 실익이 없다. 다만 주가 누르기와 관련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안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업종 특성에 따라 상이한 PBR을 0.8로 일괄 적용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세금 특성상 페널티보다는 인센티브가 효과적일 수 있다. 필자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PBR이 업종 평균보다 높은 기업에 대해 상증세법상 세율을 인하해 주는 안이 보다 합리적으로 생각된다. 채찍과 당근을 병행해야 정책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지배주주 관점에서 일련의 주주권 강화 제도는 짐짓 경영활동의 위축과 성장의 제약조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주주의 권한 강화는 경영의 투명성 증대와 지배구조 개선을 견인하여 결국 기업가치의 제고로 이어질 것이다. 기업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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