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우선주 제도의 존립 근거를 묻는다

양적 성장에 맞는 지배구조 개선
복잡한 자본구조가 효율성 저해
'일주일의결권' 금융선진화 핵심

[논단]우선주 제도의 존립 근거를 묻는다

우리 주식시장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코스피 지수가 반도체의 폭발적인 호황을 등에 업고 지난 27일 장중 66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가 6600선을 넘은 건 사상 처음이다.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여전히 시장은 뜨겁다. 다만 이번 상승 랠리는 단순히 특정 업종의 실적 개선 때문만이라고 보긴 힘들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전례 없이 강화되면서 부동 자금이 증시로 대거 유입됐고, 정부의 상법 개정과 주요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등 전향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의 기초 체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국면에서 반드시 짚고 가야 할 대목이 하나 있다. 바로 우선주 제도다. 시장이 성숙해지고 지배구조 개선이 화두가 된 지금, 과연 과거의 유물인 우선주를 이대로 방치해도 좋은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명확하게 다르다. 보통주는 주주총회 의결권을 통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식인 반면,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을 더 많이 받거나 먼저 받는 주식이다. 최근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기에, 우선주의 개선 필요성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구체적인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일주 일의결권'이라는 민주적 자본주의 원칙을 훼손한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며, 주주의 권리는 보유한 주식 수에 비례해야 한다. 하지만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는 자본 조달의 편의성을 위해 주주의 경영 감시권을 박탈한 기형적 행태다. 주주 민주주의가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의결권 없는 주식의 존재는 정당성을 잃고 있다. 둘째로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심화시키는 문제가 있다. 우선주는 과거 대주주가 경영권 방어 비용을 줄이면서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곤 했다.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려는 관행의 산물인 셈이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불투명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셋째, 자본 구조의 복잡성으로 인해 효율적이지 않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처럼 한 기업에 여러 종류의 우선주가 존재하면 기업 가치 평가가 복잡해진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을 유발하고 관리 비용을 증가시키며 결과적으로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넷째, 소수 주주를 보호하는 데 취약하다. 우선주는 배당 우선권을 보장받는다고 하지만, 기업이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 우선주 주주로선 대응 수단이 없다. 의결권이 없기에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수도, 배당 확대를 요구할 목소리를 낼 수도 없는 '반쪽짜리 주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우선주가 도입됐던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지만, 대주주의 경영권 희석은 극도로 경계했다. 당시에는 자금 조달이 최우선 과제였기에, 우선주는 유용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미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제는 자본 조달보다 자본 효율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이 더 중요해졌다. 글로벌 표준의 관점으로 보더라도, 국내 시장에서는 종목마다 보통주와 우선주의 가격 차이인 괴리율이 천차만별이며 시장 참여자들조차 이 괴리율의 원인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은 우리 증시의 지배구조가 여전히 개선될 여지가 많음을 시사한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표준은 단일 등급 주식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 선진화된 시장일수록 의결권이 분리된 주식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코스피의 새 역사는 우리 자본시장의 양적 성장을 상징한다. 이제는 그에 걸맞은 질적 성장도 도모해야 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차원에서 불투명하고 복잡한 우선주 제도를 정비하거나 보통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이는 진정한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금융 선진국으로 가는데 중요한 과제다.


조원경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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