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지금 우리 주식시장은 정상인가

사상 최고 급변동성 상승 장세
과도한 반도체 편승·정부개입
선진국형 기업 환경 조성 시급
'차등의결제도' 도입 서둘러야

[논단]지금 우리 주식시장은 정상인가

지난 1년간 코스피 지수의 추이를 돌아보면, 변동성이 사상 최고다. 지난 11일 7800선을 뚫고 오른 최고점 7876은 지난해 4월 기록한 최저점 2284의 약 3.44배에 이른다. 금융위기가 불어 닥친 2008년 기록한 2.2배, 코로나 시절이던 2020년 1.5배와 비교하면 이런 변동성은 호재보다는 '위기'로 읽히기까지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금융시스템 붕괴에 대한 불안에 기인한 '패닉 셀링'으로 시장이 무너진 경우였다. 2009년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동시다발로 세계 경제 위기에 대응하며 1년 만에 상당 부분을 회복했다. 반면 코로나 시기였던 2020년에는 2008년 못지않은 하락세를 보였지만, 회복 속도가 빨라 오히려 급상승하는 장세를 보였다. 2200에서 1400까지 35% 급락했지만, 1년 후 빠른 반등으로 3300선도 돌파했다. 전 세계적인 무제한적 양적 완화, 각국의 정책 총동원, 반도체·IT 등 수혜산업의 등장으로 인해 인위적인 상승장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급상승장은 폭도 폭이지만, 지속적인 급변동성 상승 장세란 점에서 이전과 차이가 있다. 시장 환경도 보면 단일성 쇼크가 아니라 양방향의 요인들이 함께 존재한다. 상승 요인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반도체 업황 개선과 인공지능(AI) 수요 촉진, 외국인 대규모 순매수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중국 경기의 둔화, 환율 급등, 반도체 업황 피크 우려, 중동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같은 하방 요인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실적 주도의 장이 아니라 정부의 개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특징이 다소 우려스럽다. 현 정부의 정책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목적과 개인들의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것보다 자본 시장으로 옮기는 게 낫다는 판단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다. 정부의 공매도 금지, 세제 지원책, 금융시장 안정화 등의 직접 개입은 심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에 대한 재평가, 하방을 방어하고 상승효과를 증폭하는 방향의 연기금 운용 등은 간접 개입의 경향이 강하다. 외국인과 정책이 주도하고 있어 시장은 그 자율성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도 보인다. 반도체 업황 의존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도 자주 지적받는다.


이것이 과연 옳은 방향일까. 선진국인 미국의 주식 시장도 정부의 정책에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 다만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기업이 실적으로 시장을 주도하면서 성장하는 등 환경과 시스템이 자리 잡혀 있다. 미국에선 시대별로 에너지, 수송, 유통, 바이오, IT, AI 등의 분야에 혁신 기업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정부가 지수를 끌어 올리기 위한 정책을 노골적으로 쓰는 일도 없다.

주식시장의 최우선 목표는 참여자들이 시장에서 '머니게임'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고 성장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다. 이에 비춰 볼 때, 우리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서 경영권은 방어할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주식은 보유토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개입은 이를 위한 '차등의결제도' 도입 등 제도적 지원에 맞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중산층이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개인 자산을 주식 시장으로 유도해서가 아니라 기업이 주식이나 옵션을 성과의 대가로 참여자들에게 분배했기 때문이란 사실도 참고할 만하다. 결국 기업이 신나게 일하고 자본을 자율 분배토록 하는 것이 주식시장을 키우는 진정한 길이라 할 것이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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