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20만명 규모의 '메가시티'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특별시)가 오는 7월 출범한다. 1986년 광주시와 전남이 분리된 지 40년 만의 재결합으로,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행정적 권한을 갖게 된다. 앞으로 4년간 매년 5조원씩 총 20조원 규모의 정부 지원금도 투입된다. 행정안전부는 통합을 성사시킨 실무 담당 공무원들에게 3000만원의 특별포상금을 줄 정도로 잔칫집 분위기다.
그러나 지역경제 위축과 인구 감소, 산업 구조의 한계로 광주와 전남의 재정 자립도는 국내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 예산 기준 광주의 재정자립도는 39.8%, 전남은 23.7%로 전국 평균(43.2%)에 못 미친다. 스스로 살림을 이끌어갈 힘이 부족한 상태에서 각종 특례로 자율성과 권한만 쥐여주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행정 통합만으로 사람과 기업이 몰리고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진 않기 때문이다.
광주의 지방채 규모는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섰다. 채무 비율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빚더미'에 앉은 상태로 행정 통합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남 역시 저출생과 청년 인구 유출로 22개 시군 중 13곳이 인구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 광주와 전남에 필요한 것은 국가 예산 퍼주기에 앞서 뼈를 깎는 수준의 체질 개선과 효율적인 재정 전략이다.
광주특별시 설치 근거를 담은 특별법을 들여다보면 걱정부터 앞선다. 통합특별시장이 지방채 발행 한도액의 범위를 초과한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는 특례 규정(제58조)을 뒀다. 시의회 의결을 얻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악화한 재정건전성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국가가 광주특별시에 보조금 지급, 재정 투자·융자 등 재정상 특별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제56조)도 들어가 있다. 일반 행정 원칙에서 벗어난 '예외'가 많아 통합특별시장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준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 재정이 한쪽으로 쏠리는 데 대한 형평성 문제와 지역 갈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조금씩 낮추면서 독립적인 재정 구조의 기반과 지속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주민들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전남의 한 청년단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행정통합을 한다고 해서 없던 일자리가 갑자기 생기진 않는다"며 "활발한 기업 유치로 일자리가 늘어야 통합특별시로서 기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청 홈페이지 내 주민 게시판에는 "지방이 망하는 진짜 이유는 행정 구역 때문이 아니라 '기업'과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통합이 어떻게 기업 유치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실질적 지표를 제시하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2010년 통합된 마산·창원·진해시(현 창원특례시)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도 있다. 통합 당시 108만명이었던 창원특례시 인구는 2024년 99만명대로 감소했다가 올해 3월 기준 101만명으로 간신히 100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현행법상 외국인 포함 인구 100만명 미만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특례시 지위를 잃게 된다. 주민투표 없이 정치권 중심으로 빠르게 통합되다 보니 주민들 사이의 불만도 여전하다. 마산과 진해의 고유 정체성이 사라지고 지역 불균형은 심해지면서, 창원에 흡수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특별시는 지금이라도 예산 사업과 정책 설계 과정에서 주민의 참여를 적극 보장하고, 일자리 창출과 정주 여건 개선으로 인구 감소를 억제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광주와 전남의 통합이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자치의 새 시대를 열 '신의 한 수'가 될지, 역사에 남을 '악수'가 될지는 운용의 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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