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사진)이 17일 영국, 프랑스가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관련 다자 정상회의 참석을 결정한 것은 자유항행과 에너지 공급망의 중요성을 고려한 전략적 행보다. 외교 무대에서 비중이 확대되는 한국의 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자유통항은 모두의 이해관계이자 우리 국익에도 중요한 사안"이라며 "유사한 입장에 있는 나라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참석 규모는 당초 30~40개국 수준에서 70~80개국과 국제기구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됐다. 미국이 빠진 것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은 전쟁 당사자이기 때문에 국제연대의 틀에서 당사국이 전면에 서지 않는 구조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과의 협의를 토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는 당초 장관 등 고위급으로 논의되다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각국 정상급이 참여하는 형태로 격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당국자는 "지난 3월부터 이어진 영국과 프랑스 주도의 외교·군 트랙이 만나는 시점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의 다각적인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이 됐다"며 "미국이 하드 파워에 치중하며 가치 중심의 소프트 파워를 놓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이 다자주의와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결집한 실험적 계기"라고 분석했다. 이어 "80여개 국이 모였다는 것은 미국 없이도 미들 파워들이 뭉칠 수 있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미국이 파병을 요청했으나 응하지 못한 국가들 입장에서도 미국 주도의 질서 안정성이 회복되길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라며 "미국과 이란 모두를 난처하게 하지 않는 보편적 메시지 발신 창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이란에 정병하 외교특사를 파견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투트랙' 전략으로 평가했다. 최현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호르무즈 의존도가 매우 높고 선박 26척이 갇혀 있는 상황에서 공동성명에만 머물기는 힘들다"며 "(이번 회의에서 나올 수 있을) 성명 자체는 구속력이 없으므로 특사 조율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미·중 정상회담 이전에 사태가 종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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