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이유로 모든 비판을 '정치공세'로 치부하는 건 쉽다. 그러나 김기웅 충남 서천군수의 업무추진비 논란은 그렇게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니라 '집행 사실'이다. 지난 1월부터 약 100일 동안 2432만8700원, 연간 업무추진비 예산의 54.2%가 집행됐다. 사용처는 군청과 읍·면 직원 대상 식사 제공 등 회식성 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정도면 문제 제기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 행정의 상식 차원에 가깝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공금이 특정 대상에게 집중적으로 쓰였다면, 그 자체로 설명 책임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서천군은 "규정상 가능하다", "결재 과정 착오"라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법적 가능 여부를 앞세워 본질을 비껴가는 태도다. 공직자의 예산 집행은 '가능한가'가 아니라 '적절한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동일 시간·장소·인원으로 이중 집행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착오'라는 해명은 오히려 관리 부실을 인정하는 셈이다. 공금 집행의 기본조차 허술했다는 자인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김 군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업추비 논란은 단순한 시비가 아니라 공직 윤리 전반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물론 선거 국면에서 제기되는 비판을 무조건 확대 재생산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우려먹기'로 치부하기엔 수치와 내역이 너무 구체적이고, 시기 또한 절묘하다.
결국 핵심은 하나다. 군민 혈세가 왜, 누구를 위해, 어떤 기준으로 쓰였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다.
이를 회피한 채 정치공세로 몰아가는 것은 책임 있는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설명하지 못하는 권한은 정당성을 잃는다.
김 군수에게 필요한 것은 방어 논리가 아니라, 군민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답변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논란은 단순한 업추비 문제를 넘어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심'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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