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지난해 실적 부진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등산 열풍이 불면서 '액티브웨어(운동복과 일상용을 겸해 입을 수 있는 옷)'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네파의 외형은 매년 쪼그라들었고 영업적자는 더욱 확대됐다.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뒤 10년 넘게 인수금융(LBO)을 네파에 떠넘기면서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네파의 지난해 매출은 2888억원으로 전년(2973억원) 대비 약 2.9% 감소했다. 2022년 이후 4년 연속 뒷걸음이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1억원으로, 전년(7억6486만원) 대비 약 174% 확대되며 수익성 악화가 더욱 뚜렷해졌다.
이는 최근 아웃도어 시장 분위기와 대비된다. 러닝 열풍과 등산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아웃도어 시장은 반등 중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 시즌(지난해 12월~올해 2월) 패션 소비 규모는 21조143억원으로 집계됐다. 카테고리별로 보면 아웃도어 구매액이 2조5258억원으로 전년대비 22.5% 증가하며 가장 큰 성장을 보였다. 그 외에 캐주얼복은 6조5617억원으로 18.6%, 스포츠의류 2조6206억원으로 8.9% 늘었다. 일례로 영원아웃도어가 운영하는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2년 연속 매출 1조원을 이어가며 선방하고 있다.
네파는 1996년 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 등산화 브랜드로 출발해 2005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2006년 평안L&C에 인수된 이후 고속 성장 궤도에 올라 2010년 매출 1550억원을 달성했고, 2013년 MBK파트너스가 약 9970억원을 들여 지분 94.2%를 인수했다. 당시 네파는 연매출 4700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아웃도어 신화'를 썼다.
MBK가 인수한 초기 실적은 비교적 선방했다. MBK는 2013년 특수목적법인(SPC)인 티비홀딩스를 통해 네파를 인수했는데, 아웃도어 시장이 전성기를 맞은 이듬해 매출은 4723억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2015년 4052억원으로 급감한 뒤, 2016년 3668억원까지 축소된 데 이어 지난해 2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수익성은 MBK 인수 직후부터 내리막을 걷다 2020년 영업이익은 67억원까지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등산과 캠핑 등 수요가 늘며 반등했지만, 최근 2년간 다시 역성장 중이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티비홀딩스와 네파가 합병한 2015년부터 급격하게 악화됐다. 합병 첫해 300억원대 적자로 돌아선 뒤, 2020년과 2023년에는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적자는 MBK의 인수 구조가 발목을 잡은 탓이라는 분석이다. MBK는 인수 당시 약 4800억원을 차입으로 조달한 뒤, 티비홀딩스와 네파를 합병하면서 해당 부채를 네파로 이전했다. 그 결과 네파는 원금은 물론 매년 300억원 안팎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네파가 2023년까지 부담한 이자 비용만 2708억원에 달했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투자나 브랜드 경쟁력 강화가 아닌 금융비용 상환에 우선 투입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투자금 회수는 지속됐다는 점이다. MBK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네파에서 약 833억원의 배당을 챙겼다. 실적이 하락세인데 현금 유출이 이어지면서 기업 체력은 더욱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네파는 지난해 영업권 손상차손 105억원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영업권은 기업을 인수할 때 브랜드 파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업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일종의 권리금인데, MBK가 인수할 당시 4198억원에서 지난해 1531억원까지 축소됐다.
10년 넘게 이어진 실적 부진은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졌다. 부채비율은 2013년 34%에서 지난해 575%로 급증했다. 특히 경쟁사인 아웃도어 브랜드 K2와 아이더로부터 네파 주식 115만주와 상표권 등을 담보로 1800억원을 빌렸다. 연자이율만 7.5%다. 또 지난해 롯데카드와 JB우리캐피탈 등으로부터 매출 채권을 담보로 216억원 규모의 유동화대출을 받았다. 매출채권담보유통화대출은 전년대비 81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2020년부터는 롯데카드와 공급자금융약정(역패토링)을 맺고 제품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 중이며, 지난해 기준 351억원에 달했다. 이는 MBK가 인수한 홈플러스 사태와 닮은꼴이다. 홈플러스도 2015년 MBK가 인수한 뒤 인수자금을 떠넘기면서 실적 부진과 자금난이 겹쳐 지난해부터 기업회생절차를 밟고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네파 사례를 홈플러스와 함께 사모펀드식 경영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보고있다. 인수 이후 자산 매각이나 재무 구조 재편을 통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이자 부담과 재무 압박 속에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이나 제품 혁신이 쉽지 않다"며 "결국 시장 회복 국면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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