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결국 '맛'이다. 이현아 슬런치팩토리 대표가 내린 비건 푸드(Vegan food·완전 채식 음식) 시장의 해답이다. 그는 1세대 비건 브랜드들이 고전한 이유로 '음식에 대한 기술적 접근'을 꼽았다. 대체육이나 대체치즈 개발 같은 기술적 접근에 매몰되다 보니 정작 소비자가 원하는 '맛있는 한 끼'라는 본질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자신을 '2세대 비건'으로 정의한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고, 그 과정에서 선택한 재료가 비건일 뿐이라는 관점이다. 대체육이나 대체치즈 역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이러한 그만의 철학은 2011년부터 15년간 채식 레스토랑 '슬런치팩토리'를 운영하며 현장에서 체득한 결과다. '슬런치(Slow lunch·느긋한 점심)'라는 이름처럼, 그는 이제 비건 푸드가 누구나 편하고 건강하게 천천히 즐길 수 있는 '대중식'이 되는 영역 확장을 꿈꾸고 있다.
이현아 슬런치팩토리 대표. 슬런치팩토리
2023년 이 대표가 밀키트 사업에 뛰어든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는 기존 레스토랑과 동명의 브랜드를 내세워 비건 밀키트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베테랑 요리사답게 전 세계 소비자에게 자신이 가장 맛있게 만든 비건 푸드를 알리고 싶었다. 이 대표는 "전 세계 어느 마트에서든 비건 푸드를 떠올린 소비자가 가장 먼저 선택하는 밀키트로 자리 잡고 싶다"고 말했다.
수출용 밀키트는 한식 기반 'K비건 푸드'로 방향을 잡았다. 내수용이 다양한 메뉴로 구성된 것과는 다르다. 2024년 첫 수출 경험에 따른 판단이다. 이 대표는 "당시 프랑스와 스페인에 냉동 뇨끼 밀키트를 수출했는데, 현지 바이어들이 '이런 제품은 많으니 K푸드를 달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즉시 연구·개발(R&D)에 돌입해 4개월 만에 '비건 김치볶음밥' 밀키트를 내놓자 2~3차 주문이 이어졌다. 더욱이 비건 밀키트는 육류와 유제품을 포함하지 않아 국가별 식품 규제 대응이나 할랄 인증 측면에서 유리해 글로벌 시장 진출 장벽을 낮출 수 있었다.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레스토랑에서 슬런치팩토리가 현지 브랜드 벨보 컬렉션과 공동 개발한 '비건 김치 파에야'를 시연하는 모습. 슬런치팩토리
국내에서는 지난 2월 쿠팡 로켓프레시 프리미엄관 입점 계약을 체결하고, 5월 입점을 앞두고 있다. 쿠팡의 제안에 맞춰 신제품 19종을 추가로 개발했다. 해당 제품들은 기존 밀키트 대비 저염·저당·저칼로리가 특징인 프리미엄 라인이다. 신제품은 모두 수출 품목에 포함됐다. 다음 달 브라질과 스페인에서 열리는 F&B 박람회에서 신제품 첫 시식 행사를 열 예정이다. 이 대표는 "매년 매출 2~3배 성장이 목표이며, 올해 프리 에이(Pre-A) 라운드에 도전해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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