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 회장이 비거리 논쟁에 불을 붙였다. 제90회 마스터스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프레스 빌딩에서 가진 연례 인터뷰에서 프로 대회 공인구 비거리 성능 제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리들리 회장은 "지난 몇 년간 비거리 문제에 대해 언급해 왔다"면서 "엘리트 선수들의 골프공 비거리를 규제하려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의 입장을 찬성한다"고 말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350야드를 초과하는 드라이브 비거리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작업을 벌였다. 1998년 6925야드였던 코스는 올해 7565야드로 640야드나 늘어났다. 러프를 기르고 길목마다 나무를 심고 벙커를 만들었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 회장이 프로 대회 공인구 비거리 성능 제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코스를 어렵게 만들어도 소용이 없었다. 이번 마스터스 대회에서도 장타자들이 펄펄 날았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스코티 셰플러, 캐머런 영(이상 미국)이 톱 3를 접수했다. 마스터스 코스에서 너무 쉽게 이글과 버디를 낚는 모습이 연출됐다.
리들리 회장은 장타가 몰고 온 부정적인 모습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예전 골프는 상상력, 창의성, 다양성의 게임이었다. 이젠 비거리 경쟁이 벌어지면서 훨씬 더 일차원적인 게임으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골프 규칙과 골프장비 성능 등을 관장하는 USGA와 R&A는 공동 조사를 통해 프로 선수들의 비거리가 계속해서 향상되는 것은 골프에 해롭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골프공의 비거리 향상이 골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균형 잡힌 플레이가 핵심인 골프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말했다. "장타자가 늘면서 길어진 코스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 비용이 늘었고 물과 약품이 증가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리 매킬로이는 USGA와 R&A의 비거리 규제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USGA와 R&A는 2023년 비거리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골프공 적합성 테스트 방식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준은 우선 남녀 엘리트 선수들을 대상으로 2028년부터 적용한다. 2030년부터 아마추어 골퍼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새로운 비거리 제한 규정은 시속 125마일(약 201.2㎞)의 스윙 스피드로 때렸을 때 비거리가 317야드 이상 날아가지 않도록 골프공의 성능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미국 골프위크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남자 골퍼의 경우 10~15야드, 여자 골퍼는 5~7야드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USGA와 R&A는 "골프공의 반발력이 줄어들더라도 드라이버를 제외한 아이언이나 웨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비거리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골프장 전장은 계속 길어지는 추세다. 이제는 프로 대회 코스가 8000야드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지난 25년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의 비거리가 약 30야드 늘어났다. 작년 PGA 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300야드를 넘는 선수는 116명이다.
브라이언 디섐보는 비거리 제안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투어 선수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매킬로이는 찬성파다. 그는 "동료 선수들이 대부분 비거리 규제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내 생각에는 이 조치로 인해 누가 최고의 선수인지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20년 동안 사라졌던 기술 샷 능력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반대파다. 디섐보는 "1000배 반대한다. 더 멀리 공을 보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선수들에겐 큰 핸디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키건 브래들리(미국)는 "R&A와 USGA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이보다 더 멍청한 짓이 없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리키 파울러(미국)도 "비거리가 덜 나는 걸 누가 좋아하겠나. 끔찍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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