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책]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外

[이 주의 책]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外


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

국제법과 주권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 책은 2026년의 충격적 국제 정세를 출발점으로, 세계가 규칙보다 힘의 논리로 더 많이 움직이고 있다는 불편한 현실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미국의 대외 개입을 '인권'과 '정의'의 언어만으로 읽지 않고, 그 뒤에 놓인 자원, 에너지, 지정학의 계산까지 따라가며 국제질서의 작동 원리를 해부한다. 베네수엘라와 중남미를 둘러싼 갈등 역시 지역 문제가 아니라, 미·중 경쟁과 패권 재편이라는 더 큰 흐름 속에서 다시 읽게 만든다.


강점은 하나의 사건을 단발적 뉴스로 소비하지 않고, 그 배후의 전략과 구조로 확장해 설명한다는 점이다. 국제정치를 도덕적 선악 구도가 아니라 힘과 명분, 법과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장으로 보여주면서, 독자에게 냉정한 시야를 요구한다. 다만 이 책의 진짜 가치는 답을 단정하는 데보다, 오늘의 세계질서가 어떤 언어로 정당화되고 누구에 의해 다시 쓰이는지를 집요하게 묻는 데 있다. 패권, 다극화, 국제법의 현실을 한꺼번에 붙들어 보고 싶은 독자라면 충분히 읽어볼 만한 문제제기다. (임승수 지음 |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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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아이템 발굴부터 투자 유치까지

창업은 더 이상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는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생성형 AI 이후 낮아진 진입장벽과 동시에 더 까다로워진 투자·생존 환경을 전제로, 아이템 발굴부터 팀 빌딩, 사업계획서, 투자 유치까지 창업의 전 과정을 현실적으로 짚는다. 성공담보다 실패의 원인과 생존 조건을 먼저 보여준다는 점이 강점이다. "블루오션이 아니라 사해일 수 있다", "기술 외주는 심장을 남에게 맡기는 일" 같은 직설적 표현도 책의 성격을 분명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스타트업을 낭만화하지 않는다. 작은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는 실행력, 트래픽과 수익을 구분하는 감각, 위험을 관리하는 능력, 대표로서 갖춰야 할 기본 역량이 왜 중요한지를 냉정하게 설명한다. 막연한 창업 권유서라기보다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한 실전 안내서에 가깝다. (임성준 지음 | 유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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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질문하고 직관으로 결정하라

데이터가 많을수록 의사결정이 더 쉬워질 것이라는 믿음은 현실에서 자주 깨진다. 더 많은 분석이 더 나은 결정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행을 늦추고 확실성에 대한 착각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저자들은 데이터와 직관을 대립시키지 않고, 질문을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맥락 속에서 숫자를 해석한 뒤 행동으로 이어지는 판단을 만드는 정량적 직관의 사고법을 제시한다. 핵심은 정확한 답을 끝까지 찾는 데 있지 않고,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지금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만드는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강점은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질문, 분석, 종합, 결정, 실행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의 전 과정을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정리했다는 데 있다. 특히 보이지 않는 데이터는 무엇인지, 분석을 어떻게 행동으로 전환할 것인지, 위기 상황에서 판단의 기준은 무엇인지 등 리더가 실제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는다. 결국 이 책은 데이터를 더 잘 읽는 법만이 아니라, 데이터를 붙들고 결정을 미루는 조직에서 벗어나 더 빠르고 균형 있게 움직이는 조직으로 전환하는 법을 다룬다. (오데드 네처, 크리스토퍼 프랭크, 폴 매뇨니 지음 | 알렉스 정 옮김 | 시크릿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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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지만, 저자는 그 믿음 자체를 정면으로 흔든다. 새폴스키는 우리의 행동과 판단이 유전자, 태아기 환경, 어린 시절의 경험, 호르몬, 문화적 조건까지 통제할 수 없는 원인들의 연속 속에서 형성된다고 보며, 자유의지는 결국 '생물학적 착각'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전반부는 단순한 철학 논쟁이 아니라, 뇌과학과 생물학, 물리학을 동원해 자유의지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점을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으로 읽힌다.

흥미로운 대목은 그다음이다. 책은 자유의지가 없다는 결론을 개인의 허무로 밀어 넣지 않고, 오히려 타인에 대한 비난과 응보의 감정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누군가의 성공도 실패도 순전히 그의 공로이거나 죄과만은 아니라면, 사회는 처벌보다 보호와 재활, 능력주의의 찬양보다 조건의 불평등을 먼저 보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나아간다. 도발적인 주장으로 시작하지만, 끝내 인간을 더 냉정하고도 덜 잔인하게 이해하게 만든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다.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 양병찬 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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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기쁨

이 소설은 우울과 불안, 자기혐오로 오래 무너져온 한 여성의 삶을 따라가면서, 고통이 어떻게 사람의 관계와 자존감을 조금씩 잠식하는지를 집요하게 그린다. 주인공 마사는 스스로를 결함 있는 존재로 여기며 삶을 방기하지만, 멕 메이슨은 이 무거운 감정을 비장함만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냉소와 유머, 자조가 뒤섞인 문장으로 절망의 시간을 버텨온 인물의 내면을 그려내며, 그래서 이 작품은 우울의 기록이면서도 동시에 살아남는 감각의 기록으로 읽힌다.


회복을 지나치게 감동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는 데 이 작품의 미덕이 있다. 소설은 가족과 사랑, 결혼과 질투, 상처와 연민이 뒤엉킨 관계 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망가지고 또 가까스로 버텨내는지를 보여준다. 마사의 변화는 극적인 치유라기보다,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시 삶 쪽으로 기울어가는 더디고 불완전한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이 작품은 희망을 쉽게 말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다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멕 메이슨 지음 |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이 주의 책]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外

권력중독

이 책은 권력을 도덕적 타락의 결과로만 보지 않고, 사람의 인지와 감정, 관계 방식을 바꾸는 심리적 경험으로 해부한다. 권력을 쥔 사람은 더 충동적이고 둔감해지기 쉽고, 타인을 고정관념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통제력을 과신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짚는다. 그래서 책의 핵심은 "권력은 본성을 드러내는가, 타락시키는가"라는 질문보다, 권력이 인간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있다.


저자는 권력을 단순히 비난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권력이 개인과 조직을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한 힘인 동시에, 책임 있게 쓰일 경우 타인의 역량과 자율성을 끌어내는 건설적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이 책은 권력을 얻는 기술보다 권력의 부작용을 자각하고 통제하는 법, 그리고 지배보다 임파워먼트의 방향으로 권력을 다시 설계하는 법을 묻는 현실적인 권력 심리학에 가깝다. (가카르스텐 셰르물리 지음 | 곽지원 옮김 | 미래의창)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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