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베트남에 약 2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도체 기판 생산 능력 강화에 나선다. 최근 인공지능(AI) 시장의 성장으로 반도체 기판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캐파(Capacity·생산능력)를 더욱 확대하고 공급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취지다.
1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고부가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베트남 생산법인에 12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외국인투자청로부터 인공지능(AI)용 FC-BGA 생산 관련 투자 등록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FC-BGA는 칩을 뒤집어 배선을 아래로 향하게 배치하고 칩과 기판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플립칩)과 기판 아래 작은 납땜 볼을 배열해 전기적 연결을 제공하는 방식(볼그리드어레이)을 결합한 패키징 방식이다. 이는 전기적 신호 전달이 빠르고 고밀도 설계가 가능해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요구되는 대용량·고속 데이터 처리 환경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글로벌 AI 기업들이 고성능 칩을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FC-BGA 기판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삼성전기 베트남 생산법인 전경. 삼성전기.
삼성전기 역시 최근 수요 폭증 속에서 고객사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서버·데이터센터용 FC-BGA의 수요가 생산 능력보다 50% 이상 많다"며 "보완 투자를 하고 일부 공장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판 캐파 확대에도 나섰다. 삼성전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패키지 생산시설 가동률은 70%로 전년 대비 약 5%포인트 상승했다. 회사는 최근 일부 FC-BGA 제품군의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의 FC-BGA는 베트남과 부산 사업장 두 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번 투자 규모는 2013년 베트남 생산법인 설립 당시 카메라 모듈 및 PCB(인쇄회로기판) 공장 설립에 투자한 12억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삼성전기는 2024년부터 베트남에서 FC-BGA를 생산 중으로, 이번 투자를 통해 FC-BGA 생산 능력이 대폭 확충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최근 엔비디아 차세대 AI 반도체 '베라루빈'에 탑재되는 추론 전용 칩 '그록(Groq)3' 언어처리장치(LPU)에 FC-BGA를 공급하기로 한 바 있다. 해당 기판은 오는 2분기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테슬라 AI 칩 'AI6'에도 삼성전기 FC-BGA가 채택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향후 빅테크 고객사 확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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