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지구의 날에 생각하는 인류와 생명의 숲

숲은 강력한 '기후 안보' 자산
바이오 순환경제 전환 출발점

[발언대]지구의 날에 생각하는 인류와 생명의 숲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지구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지구 보호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지정된 이 날은 올해로 56주년을 맞이했다. 이날을 계기로 우리는 인류 문명의 모태인 동시에 유일한 생존 토대인 '숲'의 가치를 엄중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문호 샤토브리앙은 "문명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고 경고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이스터섬의 비극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산림의 황폐화가 곧 문명의 몰락으로 이어졌음을 증명한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유례없는 폭염과 대형 산불, 생태계 붕괴는 과거의 경고를 망각해 자초한 '현대판 문명 위기'의 징후다.

숲은 기후위기 시대 인류의 생존을 담보할 가장 강력한 '기후 안보' 자산으로 재평가돼야 한다. 숲은 태양 에너지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지구의 '산소 공장'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전 지구적 과제가 된 현재로서는 숲의 이러한 순기능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현재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2035 NDC에선 3510만~3610만t의 이산화탄소를 산림이 상쇄해야 할 몫(총배출량의 8.2∼9.4%)으로 정했다. 이는 산림이 국가 탄소 중립 정책의 최후 보루임을 시사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공격적인 산림경영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현재 국내 산림의 76%는 31~50년생 나무가 주류를 이룬다. 사람으로 치면 중장년기에 접어든 나무가 대부분이다. 이는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노령화(老齡化)' 문제와도 맞닿는다. 따라서 2035 NDC의 성공적 달성을 위해선 노령림(老齡林)을 적기에 수확하고, 그 자리에 어린나무를 다시 심는 '산림자원 순환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나무는 성장 과정과 수확 후 목재로 사용할 때 모두 탄소를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30평 규모의 목조주택 1동은 40t의 탄소를 저장한다. 소나무 숲 400㎡가 1년 6개월간 흡수하는 양과 같다. 같은 맥락에서 목재를 건축 또는 가구재로 사용하는 것은 '도심에 제2의 숲'을 조성하는 것과 같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결정적인 메커니즘이다.


이제는 '푸른 숲'을 넘어 '일하는 숲', '경제적인 숲'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적절한 나무 심기와 목재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다. 탄소를 흡수한 나무를 목재로 이용하고 새로운 나무를 심어 탄소 흡수원을 갱신하는 체계는 화석 연료 기반의 경제를 '바이오 기반의 순환 경제'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된다.


2035 NDC 목표 달성은 정부와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국민의 목재 이용 문화, 산주의 적극적인 참여가 맞물릴 때 가능하다. 건강한 숲에서 인류의 미래가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우리 곁에 생명의 숲을 보듬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구의 날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다짐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약속이다.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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