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박 난 상위 1%만 웃네"…'3억 플렉스' 또는 '10원 전쟁', 중간이 사라졌다[K자형 소비시대]①

소비시장 양극화 고착화
자산 가격 고공행진→고가 소비
중산층 이하 초가성비 쏠림

"지금 주문하시면 50분 가량 대기시간이 소요됩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에 입점한 식음료 (F&B) 브랜드 '트웰브'는 점심 피크 시간대를 한참 지났지만, 수십명의 대기인원은 여전했다. 대표 메뉴인 스무디 한잔 가격은 2만원을 훌쩍 넘었는데, 발길을 돌리는 고객은 없었다. 음료를 손에 들고 휴대전화로 인증 사진을 찍거나 대기표를 보면서 수긍하는 모습이다.

같은날 서울 삼성동 BGF리테일 사옥에 있는 편의점 CU는 3000원짜리 자판기 스무디를 구매하기 위한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냉동 과일을 자판기에 넣으면 1분만에 완성되는 이 스무디는 지난해 6월 첫 선을 보인 뒤 가성비(가격대비성능) 음료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다. 30대 직장인 유모씨는 "일본여행에서 맛있게 먹었던 스무디 자판기가 한국에도 들어와서 편의점 스무디 지도까지 찾아봤다"면서 "트웰브는 너무 비싸서 대기까지 하면서 먹고싶지 않다"고 말했다.


편의점 CU 스무디 자판기 대기인원. BGF리테일 제공.

편의점 CU 스무디 자판기 대기인원. BGF리테일 제공.


국내 내수 시장에서 'K자형 소비'가 고착화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시장 호황이 이어지면서 고액 자산가의 씀씀이는 더욱 커진 가운데 초저가·할인 상품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는 소비 양극화가 한층 뚜렷해진 모습이다. 그동안 내수시장을 떠받친 중산층이 소비 주체로써 영향력을 잃고있다는 분석인데, 향후 경기 변동성 확대와 맞물려 급격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간 '3억' 플렉스…VVIP가 끌어올린 백화점 매출

2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5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백화점은 지난해 연간 4.3%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하며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 수년간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백화점 업계도 성장 둔화 우려가 나왔지만, 명품 판매가 급증하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실제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불리는 명품 3사는 지난해 새로운 실적 기록을 썼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1조1250억원)을 돌파했다. 1년 전보다 16.68% 뛴 수준이다. 이 기간 루이비통코리아는 1조8542억원의 매출을 기록, 2020년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6년만에 '2조 클럽'을 목전에 뒀다. 샤넬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이 2조원(2조125억원)을 넘어섰다.


이들 럭셔리 브랜드는 국내에서 백화점과 면세점에만 입점해 영업 중이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 연간 구매액 500만원(신세계 기준, 롯데 1000만원·현대 3000만원) 이상 VIP 고객이 핵심 구매층인데, 최근 수년간 수차례 명품 가격 인상에도 견고한 수요를 유지한 것이다.


"주식 대박 난 상위 1%만 웃네"…'3억 플렉스' 또는 '10원 전쟁', 중간이 사라졌다[K자형 소비시대]①

그 결과,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의 VIP 매출 비중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롯데백화점은 2023년 31%에서 2024년 45%, 지난해 46%까지 확대됐다. 이 기간 신세계백화점도 VIP 매출 비중이 44.1%에서 47%로 높아졌고, 현대백화점은 41%에서 46%로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최상위 VIP 등급인 '트리니티'는 상위 999명에게만 부여되는데, 지난해 이들의 연간 객단가는 2~3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바로 아래 등급인 '블랙 다이아몬드'의 연간 객단가 1억2000만원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백화점 업계는 올해 1분기도 견조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판매가 호조세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분리 명품 주얼리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5% 급증했고, 해외명품 신장률도 30%에 달한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럭셔리 주얼리 매출은 각각 50% 이상 늘었다. 그 결과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1분기 매출이 두 자릿수(12%) 증가한 5571억원인 것으로 전망된다.


'초저가 개미지옥'…저가 브랜드, 매출 신기록 

24일 서울 양천구 다이소 이마트목동점을 찾은 고객이 화장품을 보고 있다. 2025.2.24. 강진형 기자

24일 서울 양천구 다이소 이마트목동점을 찾은 고객이 화장품을 보고 있다. 2025.2.24. 강진형 기자


초저가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균일가 생활용품전문점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4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500원부터 5000원 이하 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다이소는 최근 수년간 압도적인 가성비를 내세운 화장품과 패션까지 취급품목을 확대하며 매년 매출 신기록을 다시 쓰는 중이다. 지난해 다이소의 영업이익은 4424억, 영업이익률은 9.7%에 달했다. 전통적 유통 대기업의 평균 이익률 3%를 세 배 가량 상회한 수준이다.


저가 브랜드의 대표격인 유니클로도 뚜렷한 성장세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매출 1조352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1조602억 원) 대비 약 27.5%나 증가했다. '노 재팬' 여파로 위축됐던 실적이 2024년 1조원대를 회복한 데 이어, 2년 연속 성장 흐름이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성비 소비'가 일상화되며 대표적인 불황 수혜 채널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이는 최근 수년간 '초초저가 가성비'를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의 약진도 마찬가지다. 시장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e커머스 활성이용자수(MAU)는 쿠팡(3344만명)에 이어 알리익스프레스(869만명)와 테무(817만)가 나란히 2~3위를 차지했다. 이들 C커머스는 코로나19 이전까지 해외 직구 수요가 2023년부터 이용자수가 급증해 지난해 토종 e커머스 플랫폼을 제치고 선두권을 유지 중이다.


"주식 대박 난 상위 1%만 웃네"…'3억 플렉스' 또는 '10원 전쟁', 중간이 사라졌다[K자형 소비시대]①

대형마트에서도 가성비 소비가 뚜렷하다. '100원이라도 더 싸게'라는 가격 경쟁이 일상화되며 초저가 상품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주요 대형마트들은 삼겹살을 100g당 990원에 내놓거나, 경쟁사보다 100원 더 낮춘 880원으로 맞불을 놓는 등 가격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행사 상품과 필수 식료품 위주로 구매를 제한하는 모습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객단가는 줄고, 할인 상품으로의 쏠림은 더 심해졌다"며 "초저가 행사 경쟁이 반복되고 있지만 소비가 전반적으로 확산되지는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자산 시장 급등 K자형 소비 부채질…"불황 전조" 우려도

이같은 극단적 소비 행태는 자본과 노동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 데다, 최근 주식시장 급등에 따른 자산 양극화가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는 등 유동성이 상위 자산으로 집중되면서 수혜 계층은 고가 소비를 확대한 반면, 나머지는 고물가로 인한 생활비 부담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 대박 난 상위 1%만 웃네"…'3억 플렉스' 또는 '10원 전쟁', 중간이 사라졌다[K자형 소비시대]①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산시장 호황과 소비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배경에는 자본과 노동 간 격차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며 "유동성이 실물보다 자산시장으로 집중되면서 자산 가격은 상승하는 반면, 다수 소비자의 체감 경기는 오히려 악화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 대박 난 상위 1%만 웃네"…'3억 플렉스' 또는 '10원 전쟁', 중간이 사라졌다[K자형 소비시대]①

이어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기에는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동시에 소비 여력이 제한된 계층의 부담이 누적되면서 전체 경기의 지속 가능성은 약해질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호황 속 불황' 흐름은 경기 사이클의 변곡점을 알리는 신호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명품 브랜드와 초가성비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호황처럼 보일수 있지만 극단적 소비 행태는 불황의 전조 증상일수 있다는 것이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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