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리풀2지구 두고 오락가락 국토부

[기자수첩]서리풀2지구 두고 오락가락 국토부

국토교통부는 최근 서리풀2지구 지구 지정 발표를 돌연 취소했다. 발표 하루 전날인 8일 기자단에 아무런 설명 없이 "관계 기관과의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단 한 줄만 보냈다.


황당한 건 기자단뿐만 아니었다. 해당 자치구인 서초구청은 일방적으로 지형도면 등재 보류 통보를 받은 후 항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측에 지구 지정 취소 사유를 설명한 문서 회신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해당 문서에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내용만 담았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발표 전날 취소 사실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간 서리풀2지구 내 집성촌 존치를 요구하며 개발을 반대해왔던 송동마을 주민들은 서울시와 LH, 국토부 관계자들에게 백방으로 연락하며 발표 취소 배경을 수소문하고 있다.


국토부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경이 어리둥절한 건 그동안 보였던 사업 강행 의지와 정반대 행보로 읽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주민 반발에 공청회가 두 차례 무산됐는데도 공청회 생략 공고를 게시하며 사업 추진 의지를 강하게 밝혀왔다.


특히 발표 전날 관계 기관과의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정을 취소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미 서리풀지구는 2024년 11월 서울시와 합동브리핑을 열고 그린벨트를 해제해 총 2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까지 그린 상태다. 2지구가 매장 유산 유존지역이라 공사 전 시굴 조사를 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이 역시 지구 지정을 마친 후 밟아나가면 될 절차라 국가유산청과의 별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은 아니다. 국토부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라는 추측만 확산되고 있다.

서리풀지구는 강남권에서 유일하게 2만가구 규모 공급이 가능한 공공택지로 꼽힌다. 수도권 공급 성과를 가늠할 시험대와도 같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과천경마장 등 정부의 도심 주택공급 사업지가 주민 및 지방자치단체 반발로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서리풀2지구까지 차질을 빚을 경우 정부 공급 대책의 실행력에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서리풀2지구 지구 지정은 이미 목표했던 지난 1월을 넘겼다. 이번엔 납득이 가지 않는 사유로 발표 일정을 또다시 취소했다. 정부 정책이 힘을 받기 위해선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두 차례 지연되면서 정부의 공공주도 공급대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퍼질까 우려된다. 자칫 수도권 주택 공급의 추진 동력을 약화하는 결과도 이어질 수 있다. 지금처럼 예고 없는 일정 변경과 모호한 설명이 반복된다면 시장의 투기 심리는 가라앉지 않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