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 1기당 원전 1기 전기 필요?…석유화학 탈탄소 가능할까[디깅에너지]

기후부, 李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서
'NCC 전기화' 에너지 대전환 계획 발표
국내 석화단지 공정 전환에 91조원 필요
재생에너지 24시간 안정적 공급도 숙제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이미 실증단계
"정부 재정·제도 뒷받침해야"

1일 오후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나프타 가공 설비들이 가동되고 있다. 2026.4.1 연합뉴스

1일 오후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나프타 가공 설비들이 가동되고 있다. 2026.4.1 연합뉴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업황 불황, 중동 전쟁 등 3중고를 안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가 나프타분해시설(NCC) 전기화라는 새로운 부담까지 안게 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 주권 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계획'을 보고하며 석유화학 분야에서 "전기 NCC 도입, 공정 효율 개선 등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날 기후부는 수소환원제철과 함께 NCC 전기화를 산업 분야 주요 탈탄소 전략으로 제시했다.

기후부가 NCC 전기화에 주목하는 것은 국내 탄소 배출에서 석유화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은 2024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7.7%, 산업 부문 배출량의 약 18.7%를 차지한다. 석유화학 산업의 탈탄소 없이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NCC 전기화로 온실가스 배출 줄인다"

문제는 석유화학 공정 특성상 탄소 배출을 줄이기 어렵고 설비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석유화학 산업에서 가장 많이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NCC 공정으로, 전체 배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NCC 공정이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은 나프타(Naphtha)를 850~900도의 고온에서 열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공정을 말한다.


현재는 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등 부생가스와 일부 분리되지 않은 수소를 연소해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NCC 전기화는 부생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로를 이용해 열분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필요한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기후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간단치 않다.


지난 10일 오세희·이용우 의원이 주최한 '석유화학 탈탄소 전기화 전환의 기회와 정책 과제 토론회'에서 김아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석유화학 설비들이 밀집해 있는 여수, 대산, 울산 단지의 NCC를 전기화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드는 비용은 총 9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우선 이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부터가 숙제다.

NCC 전기화에 필요한 설비 투자 및 전력 규모. 기후솔루션

NCC 전기화에 필요한 설비 투자 및 전력 규모. 기후솔루션

또, 김 연구원은 기존 석유화학 공정을 전기화할 경우 연간 91.4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원전 9기가 1년에 생산하는 전기와 맞먹는다.


장용희 LG화학 저탄소추진팀장은 "에틸렌 100만t 규모의 표준 NCC 설비에는 약 40만t의 부생가스가 발생한다"며 "이 에너지를 전기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대형 원전 1기(약 1GW)에 준하는 대용량 전력이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뿐 아니라 전력망도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기술 선점하자"… 글로벌 화학 기업들은 이미 실증中

이미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은 탈탄소화에 시동을 걸었다. 관련 기술을 선점해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독일 바스프(BASF)는 지난달 26일 중국 광둥성 잔쟝(Zhanjiang)에 페어분트(Verbund) 통합 화학 생산 단지를 준공했다. 바스프 측은 "통합 구조, 공정 혁신, 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존 석유화학단지 대비 최대 50%까지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는 전력구매계약(PPA)과 해상풍력 발전 투자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받는다. 증기 분해 설비에는 100% 재생에너지로 구동되는 전기식 주압축기(e-drive)가 적용됐다.

NCC 전기화 국내외 프로젝트 현황. 기후솔루션

NCC 전기화 국내외 프로젝트 현황. 기후솔루션

이에 앞서 바스프, 사빅(SABIC), 린데(Lingde)는 독일연방경제기후행동부(BMWK), 유럽연합(EU)의 '넥스트제너레이션 EU'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2024년부터 세계 최초의 대규모 전기 가열로 실증 플랜트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실증 플랜트에서는 시간당 4t 규모의 탄화수소를 처리하며 공정에 필요한 에너지는 풍력, 태양광, 수력에너지에서 조달한다. 3사는 향후 개발된 기술을 '스타브리지(STARBRIDGE)'라는 브랜드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셸(Shell)과 다우(Dow)도 2020년 'e-크래킹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한 후 2022년 실험 설비를 검증했다. 이어 지난해부터는 실증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202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3년부터 정부 국책과제로 전기화 NCC를 개발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까지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한 데 이어 올해부터 2028년까지 2단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2단계 사업에서는 1단계에서 검증한 전기화 설비에 나프타를 투입해 기존 설비와 동등한 수준으로 열분해가 가능한지를 살펴보게 된다.

"실증 설비 구축에만 수천억…기업 단독 투자 어려워"

앞으로의 과제는 실증을 거쳐 실제 상용 설비까지 갖추는 일이다. 실증 설비 구축에만 수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 기업이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석화 업계에서는 정부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화학기업협회 백지은 기후에너지본부장은 "NCC 전기화는 막대한 전력 수요와 무탄소 전력 인프라, 조기 투자 리스크 등으로 인해 기업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기술개발과 산업 적용 간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정부 주도의 실증 사업 지원, 전환 투자에 대한 금융 지원, 전력 공급 및 인프라 구축 등을 제시했다.


장용희 LG화학 저탄소추진팀장은 "전기화 NCC는 석유화학 산업의 넷제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지만 기술개발 자체만으로 충분치 않다"며 "안정적 대용량 전력 인프라, 저탄소 전력망, 잉여 부생가스 전환 기술, 전력 가격 및 제도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석유화학특별법)상 '핵심기술전략'에 NCC 전기화 등 공정 전환 기술을 포함하는 방안, 2027년도 국가 예산에 NCC 공정 전환 실증 사업을 반영하는 방안, K-GX 전환 금융을 통한 지원 방안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사단법인 넥스트의 김수강 연구원은 "현재까지 정부의 석유화학 산업 대책은 구조조정 유도에 집중돼 있어 석유화학 산업의 향후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해 다시금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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