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위 "카드사, 티메프 사태 할부결제금 환급해야"…130억 피해 구제 물꼬

금감원, 카드사 상대 청약철회권·할부항변권 인정
"재화·서비스 미제공 시 철회 가능"…카드사 환급 책임 명확화
1만1696건·132억 규모 분쟁 해결 기대

금융감독원이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여행·항공권 상품을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하고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카드사에게 결제대금 환급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할부거래에서 금융 소비자의 청약철회권과 할부항변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카드사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총 130억원이 넘는 규모의 소비자 피해가 구제될 길이 열렸다.


분조위 "카드사, 티메프 사태 할부결제금 환급해야"…130억 피해 구제 물꼬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전날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분조위는 금융소비자가 금융기관을 상대로 제기하는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다.

이번 결정은 티메프 사태 후 금융당국이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할부거래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사례로 평가된다. 2024년 7월 티메프 사태 후 기존에는 영세 판매사나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의 책임 중심으로 피해 배상을 추진했으나, 이번에는 카드사까지 책임 범위를 확대했다.


분조위에 따르면 신청인 A씨는 2024년 2월 티몬에 입점한 여행사가 제공하는 494만원짜리 해외 여행상품을 3개월 할부로 구매하고 대금을 모두 납부했다. 그러나 판매사는 티몬으로부터 결제대금을 정산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같은 해 7월 여행계약 이행을 거절했다. 이에 A씨는 티몬을 통해 결제를 취소한 뒤 B카드사에 청약철회권을 행사했다.


분조위는 재화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은 경우 할부거래법에 따라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재화 공급이 없을 때도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본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석, 할부거래법 개정 취지, 신청인의 특수한 사정, 대금 미정산의 위험을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에 따라 A씨의 청약철회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보고, B카드사에 할부금 전액을 환급하도록 결정했다.

또 다른 사례로 신청인 C씨는 2024년 5월 티몬 입점한 판매사에서 8월 출발 항공권을 할부로 구매하고 2회차까지 납부했다. 이후 판매사는 항공권 사용 불가 및 발권 취소 예정 사실을 통보하고 티몬을 통한 결제 취소를 안내했다. C씨는 실제로 결제를 취소한 뒤 D카드사에 청약철회권과 할부항변권을 행사했다.


분조위는 C씨의 할부항변권 행사 역시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D카드사가 잔여 할부금(결제대금) 채무를 면제하도록 결정했다. 아울러 유사 사례 발생시 소비자의 잔여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해당 사례를 청약철회권과 별개로 조정례로 남겼다.


여행·항공·숙박상품 할부결제와 관련해 금감원과 카드사 9곳에 접수된 분쟁민원 2025년 12월 말 기준 1만1696건, 분쟁금액은 132억2000만원 수준이다. 당사자들이 조정안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이를 수락할 경우 분쟁조정이 성립된다.


이번 분쟁조정은 지난해 12월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 발표와 소비자권익보호국 신설 등 조직개편 이후 분조위 기능 활성화를 통해 이뤄진 첫 조정 결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정결정을 통해 카드사와 금융소비자 간 남은 분쟁이 신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분조위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