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식품 제조 업체 A사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한다.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로 구성돼 있어서다. 인건비가 덜 들어서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한 게 아니다. 인건비에 숙식비 등을 더하면 외국인 근로자 한 명에 드는 돈은 내국인 급여 수준과 비슷하다. 그런데도 내국인을 뽑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외국인 근로자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 이 회사 대표의 바람은 외국인 근로자가 오래 다니며 '숙련공'으로 성장하는 것이 됐다.
지방 중소기업 인력 문제에서 외국인의 활용이 현실적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어서다. 고된 제조업 현장만의 얘기가 아니다.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하면 지방 중소기업의 전문 인력 수급이 더욱 원활해질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초 발표한 '2025년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 사유는 인건비 절감(13.4%)보다 내국인 구인난(82.6%)이 심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비용 절감 차원보다는 구조적 인력난의 주요 해결책임을 시사한다. 게다가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 사업주 대상 의견조사'에선 93.2%가 외국인 근로자 고용 인원을 유지 또는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소제조업을 중심으로 취업하는 외국인 비전문인력(E-9) 체류 인원도 2024년 기준 33만7000명으로 2021년 21만8000명 대비 50% 이상 늘었다. 전체 체류 외국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1.0%에서 2024년 12.7%로 1.7%포인트 증가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이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를 감내하는 이유는 장기적 숙련 형성에 대한 투자와 기대인 만큼, 사업체에서 인력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의 최소 근무 기간을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방 중소기업은 지역 소재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으로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비수도권에 등록된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24년 기준 7만5338명으로 4년 전인 2020년 대비 3만134명 늘었다. 증가 인원을 보면 학사(1만3836명), 전문학사(6530명), 석사(5572명), 박사(4196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전문학사, 박사의 이공계열 전공 비중이 각각 58.8%, 36.3%였으며 이는 수도권 대학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였다. 외국인 유학생의 지방 중소기업 취업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도 인력난을 겪는 지방 중소기업에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연계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글로벌 인재 취업 선도대학', 'K-수출전사 아카데미'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 취업 선도대학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취업 맞춤형 교육, 인턴십·현장실습 등 기회를 제공해 중소기업 취업을 지원한다. K-수출전사 아카데미는 해외 현지 이해도가 높은 외국인 유학생을 중소기업 수출 전문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해 무역실무 등 수출 분야 직무교육을 실시하는 사업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 소멸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지면서 이제 내국인만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외국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외국인 인력이 지역의 빈 일자리에 적극적으로 스며들도록 체류 자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中企 인력 해법]①지역 교육·취업·정주 선순환 구조 구축해야
[지방中企 인력 해법]②'워라밸'의 설계…돈보다 제도의 변화로
[지방中企 인력 해법]③외국인 인력 활용은 선택 아닌 필수
[지방中企 인력 해법]④현실적인 출발점 '미스매치'의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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