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시위 생생히 기록한 리루이 일기, 中법원 판결 뒤집고 스탠퍼드대 소유 인정

딸 기증 정당성 인정 美법원
中 반환 판결은 美서 효력 없어
톈안먼 시위 기록 포함
중국 현대사 연구 핵심 사료

미국 스탠퍼드대학교가 중국 공산당 원로이자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비서였던 리루이의 일기 소유권을 둘러싼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로 해당 자료를 미국 내에서 자유롭게 연구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일 연합뉴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BBC 등을 인용해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의 존 티가르 판사가 지난달 31일 리루이의 딸 리난양이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 아버지의 일기를 기증한 행위가 "합법적이며 고인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원로이자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비서였던 리루이의 일기 WSJ

중국 공산당 원로이자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비서였던 리루이의 일기 WSJ


1918년 태어나 2019년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리루이는 1935년부터 2018년 사이 중국 공산당의 주요 사건을 일기로 기록했다. 이 가운데 리루이가 1938년부터 사망 직전까지 남긴 방대한 일기는 서신, 회의록, 업무 메모, 사진 등 다양한 기록을 포함하고 있어 중국 현대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1차 사료로 평가된다. 특히 1989년 톈안먼 시위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하고 기록한 내용도 담겨 있어 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그는 당시 상황을 '검은 주말(Black Weekend)'이라는 표현으로 남겼다.

리루이는 1950년대 마오쩌둥의 비서로 활동했으나 1959년 루산회의에서 지도부를 비판한 이후 숙청과 투옥을 겪었다. 이후에도 공산당 원로로 활동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유지해왔으며, 그의 저술은 중국 내에서 검열과 판매 금지 조처를 받았다.


그는 말년 들어 자신의 사후 일기가 중국 당국이 훼손하거나 폐기할 가능성을 우려를 했고, 이에 따라 2014년부터 딸 리난양을 통해 일기를 스탠퍼드대에 기증하기 시작했다. 이후 사망 직전까지 작성한 기록도 추가로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리루이 사망 이후 베이징에 거주하는 두 번째 아내 장위전이 일기 소유권을 주장하며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중국 법원은 장위전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스탠퍼드대는 판결 이행을 거부하고 2024년 미국 법원에 별도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중국 법원의 반환 판결이 미국 내에서 집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리루이 생전의 기증 행위가 유효하다고 인정했다. 또한 중국 내 소송이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됐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후버연구소 소장이자 전 미국 국무장관인 콘돌리자 라이스는 "중국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1차 자료 중 하나가 자유롭게 연구될 수 있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번 소송을 둘러싸고 정치적 배경 논란도 제기됐다. 재판에 '전문 증인'으로 참여한 페리 린 전 스탠퍼드대 교수는 리루이의 일기가 공산당 공식 역사와 상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를 확보하거나 통제하려는 시도가 있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린 전 교수는 특히 고령의 장위전이 막대한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소송 배후에 중국 공산당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반면 스탠퍼드대 측은 해당 일기가 도난이 아닌 고인의 명확한 의사에 따른 기증임을 강조해왔다. 이번 판결로 리루이의 일기는 향후 학계에서 보다 자유롭게 활용될 전망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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