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약사로는 이례적으로 우주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보령 이 서서히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워낙 긴 시간과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사업이라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우리 정부와 해외 자본의 직간접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며 저변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액시엄 스페이스가 구축 중인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정거장 '액시엄 스테이션' 조감도. 보령
12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사업단은 보령이 연구 협력 관계에 있는 한림대산학협력단 컨소시엄의 '미세중력 환경 바이오 3D 프린팅 기반 우주 의료 기술' 연구를 2차년도 과제로 최근 선정했다. 1차년도 과제로 선정돼 이미 지원을 받은 바 있는 한림대산학협력단 컨소시엄은 이에 따라 앞으로도 관련 연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지원금은 연간 최대 20억원 규모다.
총 1조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방식의 도전적 연구 지원 모델을 보건의료 분야에 적용한 것으로 우주 의학 등 장기적 파급력이 큰 분야를 집중 지원한다. 이번에 선정된 과제는 보령이 한림대산학협력단 컨소시엄과 진행하는 미세중력 환경 바이오 3D 프린팅 연구다. 우주 환경에서 인체 조직과 질환 모델을 구현하는 내용으로 향후 민간 우주정거장을 활용한 보령의 의학 연구 플랫폼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보령이 6000만달러(약 889억원)를 투자한 미국 우주기업 액시엄 스페이스는 최근 시리즈D 투자 라운드를 통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카타르 국부펀드와 벤처캐피털 타입원벤처스 등이 참여한 투자 라운드에서 3억5000만달러(약 5129억원)를 조달했다. 이 투자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1789캐피털도 참여해 현지 우주 산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국제우주정거장(ISS) 후속 민간 우주정거장을 건설 중인 기업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임무에 사용될 우주복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액시엄 스페이스의 기업가치는 25억달러(약 3조6635억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2026년 미국 최고의 스타트업 고용주'에 최근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액시엄 스페이스가 아직까지 안정적 수익구조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다음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기존 투자 지분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령은 기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우주사업 특성상 리스크를 무릅쓴 초기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임동주 보령 전략사업부문 본부장은 "액시엄 스페이스는 현재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R&D와 모듈 제작에 몰입하는 시기"라며 "향후 성장 행보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그러면서 "현재는 우주 의학 데이터를 확보하고 연구 기반을 구축하는 단계"라며 "우주정거장 모듈 발사 등이 가시화되면 기업 가치와 사업 기회도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액시엄 스페이스에 투자한 건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향후 민간 우주정거장에서 의약품과 생명과학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의 결과라고 보령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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