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 첫날부터 하청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 요구가 400건을 넘으면서 산업 현장이 혼란에 휩싸였다. 경영계가 법 시행 전부터 제기해 온 '교섭 대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10일 하루 동안 221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407개 하청 노조·지부·지회가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해당 노조에 속한 조합원 수는 총 8만1600명 규모다. 민간 부문이 143개소, 공공 부문이 78개소로 집계됐다. 특히 같은 날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 신청은 31건 접수되면서 제도 시행 초기부터 노사 갈등 가능성이 커졌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조합별로 보면 민주노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는 218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357개(조합원 6만7200명)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다. 산별 조직별로는 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한국지엠 등 주요 제조업체를 포함해 16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36개(조합원 9700명) 하청 지부·지회가 교섭을 요구했다.
건설산업연맹(조합원 1만7000명) 역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을 포함해 90개 원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교섭을 신청했다. 서비스 및 공공 영역에서도 교섭 요구가 이어졌다. 공공운수노조는 콜센터와 대학 청소 노동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교섭을 요구했으며 연세대와 고려대 등 대학 청소 노동자 조직도 포함됐다.
한국노총 소속 하청 노조·지부·지회는 총 9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42개 조직(조합원 9200명)이 교섭을 원했다. 교섭 요구 대상에는 포스코, 쿠팡CLS, 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미가맹 하청 노조에서도 일부 교섭 요구가 제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오션, 포스코, 쿠팡CLS, 부산교통공사, 화성시 등 5개 원청 사업장은 교섭 절차가 즉시 시작됐다.
같은 날 하청 노조 등은 노동위원회에 총 31건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했다. 교섭단위 분리는 동일 사업장에서 복수 노조가 각각 별도의 교섭 단위를 인정받기 위해 노동위원회에 신청하는 절차로, 노동위원회는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를 먼저 판단한 뒤 분리 여부를 결정한다.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해당 교섭단위에서 별도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되며, 이를 통해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인 교섭권을 보장한다는 것이 개정법의 취지다.
첫날부터 수백 건의 교섭 요구와 수십 건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몰리면서 기업 현장에서는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충현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현장에서 사용자성 인정 여부 등 유권해석 요청이 들어오면 전문가 자문을 통해 신속히 판단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축적된 판단 사례도 현장에 공개해 초기 혼선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개정법 시행 초기인 만큼 현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련 정보를 주기적으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교섭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노사 간 신뢰 형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하청 노조가 제기한 교섭 의제 가운데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교섭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방노동관서 전담팀을 중심으로 현장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현장에서 사용자성 인정 여부 등과 관련해 유권해석 요청이 제기될 경우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통해 신속하게 판단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축적된 전문가 자문 결과도 주기적으로 공개해 제도 운영 과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교섭 요구 사실 공고와 교섭단위 분리 등 법과 절차에 따른 상생 교섭의 첫발이 시작된 만큼 정부도 노동조합법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책임 있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 퇴직연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6.3.11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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