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중동을 경유해 유럽과 휴양지로 떠나려던 신혼 여행객들의 일정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부 중동 공항의 운항 중단과 항공편 결항으로 여행객들이 일정 변경이나 취소에 나서고 있으며, 항공권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는 등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가운데 1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두바이행 항공편이 결항 되고 있다. 연합뉴스
두바이 국제공항은 지난해 국제선 여객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한 대표적인 환승 허브로, 유럽과 아프리카 노선을 연결하는 주요 경유지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공항 역시 몰디브와 하와이, 모리셔스 등으로 향하는 여행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경유지로 꼽힌다. 이 두 공항을 이용할 경우, 직항편보다 항공권 가격이 저렴하고 경유지에서 2~3일 정도 머물며 쇼핑과 관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신혼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두바이가 이란의 보복 공격 표적이 된 이후 이 지역에도 여행경보가 내려지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비부부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중동 지역 정세와 관련해 신혼여행 일정 변경 여부를 묻는 글이 약 200여 건 올라왔으며, 두바이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참여 인원이 1600명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 체류 중인 여행객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두바이와 도하 등 주요 공항의 한국행 항공편이 중단되면서 일부 관광객들은 귀국 항공편을 확보하지 못한 채 현지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업계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최근 중동 지역 여행상품 취소 요청이 크게 늘었으며, 일부 여행 플랫폼에는 중동 관련 예약 취소 문의가 하루 수십 건씩 접수되고 있다. 이에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주요 여행사는 중동 관련 상품에 대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고 전액 환불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여행사는 중동 경유 노선을 이용하는 여행상품 운용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이번 전쟁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스칸디나비아 항공(SAS)은 10일(현지시간) "최근 유럽 항공유 가격이 글로벌 공급 차질로 인해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며 항공권 가격을 일시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걸프 지역 원유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국제유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호주 콴타스항공과 뉴질랜드항공도 같은 날 연료비 부담 증가를 이유로 항공권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홍콩 항공 역시 오는 12일부터 유류할증료를 최대 35.2% 인상할 예정이다. 항공유는 일반적으로 항공사 운영비의 20~30%를 차지하는 주요 비용이다. 항공유 가격은 정제와 보관, 운송 과정에서 국제유가에 프리미엄이 붙어 원유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원자재 정보업체 아거스에 따르면, 브렌트유 대비 북서유럽 항공유 프리미엄은 배럴당 9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변동에 대한 위험 분산(헤지)을 충분히 하지 못한 동남아시아 저비용항공사(LCC) 들은 항공유 가격 상승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운항 중단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항공사가 연료비 부담을 이유로 운항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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